부산 태종대 전망대에서 멀리 보이는 곳에 '생도'라는 섬이 있다. 생도라는 공식 명칭이 있고 '주전자섬' 또는 '똥섬' '삥섬'이라고도 불린다. 대물 어종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항시 낚시꾼들이 붐비는 곳이다. 주전자섬이라는 별칭은 섬 모양이 주전자처럼 생겼기 때문이고 똥섬이라는 별칭은 뒤를 보고 난 다음의 모양이 그것처럼 생겨 그렇게 부른다고 전해진다. 일설에는 이 섬에 어부나 해녀들이 올라가서 큰일(?)을 보거나 하면 잔잔하던 바다가 일시에 바람이 불고 격랑이 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부산이긴 하나 이곳은 물이 맑고 조류가 심하며 파도가 많이 치는 지역이다. 북태평양을 달려온 바람과 파도가 바로 들이치는 먼바다에 떠있는 섬이 그러하듯 생도 또한 물질꾼들에겐 가혹한 환경이다. 물이 맑고 볼거리가 많아 세계적으로도 내놓을 만한 포인트이지만 초보자들이 접근하기엔 위험하다. 물때를 잘 맞추지 못하면 엄청난 물살 때문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조금 때만 인간의 방문을 허락한다. 그만큼 조류가 세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승리를 거둔 울돌목은 조류가 세기로 유명하다. 울돌목이 있는 명량 앞바다는 사리 때 바다가 운다고 한다. 사리 때 명량바다의 유속은 9~10노트 정도. 거의 살인적인 조류이다. 다이버가 견딜 수 있는 혹은 거슬러 갈 수 있는 유속은 1노트 정도이다. 2노트 정도면 한 5분 정도 열심히 오리발을 저어도 제자리에 머문다. 해상 마일은 육상 마일과 좀 다르다. 1노트는 1시간에 1해리를 가는 속도를 말한다. 1해리는 대략 1.8㎞ 정도 되고 육상 1마일은 1.6㎞ 정도다. 따라서 1노트는 1시간에 대략 1.8㎞ 정도의 속도를 말한다.
명량바다만큼은 아니지만 생도 역시 조류가 무척 세다. 인간의 힘으로는 그 힘을 이겨낼 수가 없다. 그래서 표류잠수나 조금 때를 이용해 물질을 해야 하고 실력도 중급다이버 이상 되어야 한다. 조금이란 것은 바다의 조류가 약할 때를 말한다. 조류는 달의 인력 때문에 발생한다. 달이 상현이든 하현이든 반달일 때 조류가 가장 약해진다. 이때가 물질꾼들이 가혹한 환경을 가진 특급 포인트에 접근하는 시기인 것이다. 음력으로 8일, 23일경이 바로 그 반달이 되고 조류가 가장 약하고 물이 가장 맑은 절호의 때인 것이다. '표류잠수'라는 것이 있다. 물을 거슬러 가지 않고 흘러가는 강한 조류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면서 물질하는 것을 말한다. 초급다이버는 위험해 권장되지 않지만 중급다이버 이상은 매우 스릴 있고 드라마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충분한 교육과 안전수칙을 지킨다는 전제가 있다. 오리발을 힘들게 헉헉대며 차고 헤엄치며 구경하는 게 아니라 온몸을 바다 환경에 맡기고 황홀한 신비경에 빠져 보는 것이다.
생도의 물속 환경은 대단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깎아지른 직벽 잠수를 흔히 '월다이빙'이라고들 하는데 생도가 바로 그런 곳이다. 제주도나 울릉도에나 가야 느낄 수 있는 직벽 잠수가 펼쳐진다. 40~50m까지 펼쳐져 있는 직벽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각종 연산호와 해조류, 대형 어류, 각종 패류, 문어를 비롯한 바다생물을 볼 수 있다. 특히 장관인 것은 대형 참돔과 감성돔은 물론 방어 수백 마리가 떼 지어 회유하는 모습이다. 푸름과 대형 어종들, 탁 트인 시야, 직벽 잠수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짜릿한 일탈이다. 중급 스쿠버다이버 정도면 가능하다. 꼭 한번 체험해 보기를 강추한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데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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