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으로 저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우선 고마움을 표합니다.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제 성격이나 철학을 이해하신 분들이 있겠지요?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할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하고, 최선을 다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는 등의 성격 말입니다. 어찌 보면 별스럽고 어찌 보면 소위 '또라이'(죄송한 표현이지만 용서 바랍니다)처럼 보이기도 했을 터입니다.
오늘은 제가 이색적인, 그러나 뜻있는 고백을 좀 하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사직을 하니까 추측성 소문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지어낸 이야기도 떠돌더군요. 제가 정확하게 밝힙니다. 사직을 결심한 뒤, 경영진에게 정확히 사의하는 사유를 설명하고 1주일간 잠적(?)을 했지요. 분명한 것은 저 자신이 아니라 기관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판단 근거였음을 밝힙니다.
제가 선뜻 사직을 택하게 된 것은 기관이 한 번 더 도약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기관에 부임해서 옳다고 생각되면 누구의 간섭도 없이 밀어붙였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충돌도 있었고 여러 압박도 받았지만, 경영진이 함께 뜻을 맞추었고 외부에서도 결국은 이해를 해주었으니까요.
그러나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오랜 관습에 대한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원장이 임기 초기에 한 번 더 개혁하면 구조적인 문제는 많이 개선되리라 판단했지요.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도록 말이지요. 그러면 자연히 기관의 관리운영이 수월해져서 미래를 위한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두 번째는 저는 이 기관을 위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없으면 미래가 밝지 않다고 보고 미래의 먹거리를 많이 만들었지요. 하지만, 제 뜻을 펴기에는 관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어찌하기가 어렵더군요. 관리만 한다면 저 같은 사람이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러 결단을 내리는 또 한가지 이유가 되었고요.
세 번째는 엉뚱하게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게서 많은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희망이 없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룰라가 계속 집권을 해야 한다고 할 때 한 말입니다. 룰라 대통령의 말씀처럼 제가 그런 사람이 되지는 못할망정 좋은 점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거든요.
제가 사직을 하고 나서 불명예 운운하거나 무슨 비리나 잘못이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지만, 저 스스로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고 사연도 있기에 오히려 떳떳하답니다. 언젠가 제 두 번째 자서전을 쓸 때 자랑스럽게 기록할 것입니다. 저는 경영이념으로 '깨끗하고 투명하게' 원장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다짐을 했었지요. 그래서 저는 선물을 받을 때 원장실에서 실랑이하는 모습이 영 마뜩잖아서 정중히 선물을 받아서 감사실에 철저히 신고 보관하여 나중에 직원들 부상으로 수여했지요. 외부 강연이나 외부기관 이사로서의 거마비 등 수입도 행정실에서 관리하고 제게 주어진 업무추진비는 거의 사용 않고 이 돈을 공적인 일에 활용했습니다. 꼭 더 필요한 경우는 제 돈으로 썼고요.
원장이 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약속을 한 게 있었습니다. 이 기관을 맡으면 관리 운영뿐만 아니라 경영관리를 할 것이고. 임기의 전반기를 마치면 재신임을 이사회에 요청하겠다고 했으며 기관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일을 제안했습니다. 저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기 위한 면도 있었고요. 사실 저는 위기에 처한 기관을 위해서 저만의 아이디어에 의한 새로운 일을 하지 못하면 신나게 일할 수가 없고 그냥 관리만 한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렇다면 저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거든요.
마지막으로는 기관의 분위기 전환과 충격 또는 그것을 생각게 하는 상황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큰 잘못이 없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비전과 미래를 제시한 상태에서 이제는 직원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위와 같은 여러 생각을 한 후에 결단을 내렸지요. 물러나는 것도 최선이라 생각되면 행해야 되는 것이니까요. 패배가 아니라 내가 떳떳하고 앞으로 효과가 있다면 이 또한 의의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강연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목처럼요. CAN DO? then DO IT! and ENJOY IT!
송인섭/전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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