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보호자의 덕목

온 나라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착잡하다. 외신들은 구명보트를 옆에 두고도 사용을 안 하고, 승객들을 죽음으로 몬 것에 대해 조롱을 보낸다. 배가 기울고 있는데도 방에서 가만히 대기하라고 한 것은 최악의 대처방법이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더욱이 사망 및 실종자 중에서 200여 명 이상이 고등학교 학생이고 보니, 어른들은 지나가는 학생들 보기도 괜히 미안하다.

우리는 어떤 집단에서든지 리더, 더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보호자'들이 상황 판단을 잘못해서 피해를 보는 사례는 자주 경험하고 목격한다. 그만큼 보호자라는 존재는 상황판단의 지혜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런데도 정작 보호자를 선발할 때 지혜를 가진 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크게 평가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업무를 담당했다면 당연히 업무적 지혜가 있으리라고 보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긴 시간을 보내면서 기능만 익혔을 뿐, 그 업무에 대한 지혜적 판단은 미숙한 경우가 허다하다. 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경험상으로는 '애정'의 문제이다. 노인 요양시설에서도 더러 목격되는 일이지만, 시간에 맞추어서 어르신들에게 약을 드리고, 옷을 갈아 입혀 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일은 잘하는데 어르신들의 마음을 읽는 '지혜'를 키우는 일에는 깜깜한 시설 종사자들을 본다. 어르신들이 불만을 표출하는데 왜 그런지에 관심이 없다. 그냥 본인의 기능적인 일만 하면 업무의 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 먼저 되라고 늘 시설 종사자들에게 주문한다.

전자를 잘못해서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지만, 후자에 익숙하지 못하면 대형사고로 연결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혜를 깨치는 일은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여객선 침몰 사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선장이 오랜 기간 동안 수백 번을 다닌 뱃길이라서 배를 모는 일, 즉 기능에는 자신이 있을지언정 상황 판단에는 평소 무관심했기에 일어난 일은 아닌지, 아무리 둔감한 사람도 상황 전개에 따라 경우의 수를 보다 많이 생각하는 '지혜의 눈'을 가졌다면 최악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어르신들이 불만을 가지는 데는 양면성이 있다.

정말로 불평이 쌓여서 불만으로 표출되는 것과 관심을 좀 가져 달라는 응석(?), 이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설 종사자들은 전자로만 판단할 뿐 후자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후자 때문에 불만이 표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 지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애정이 없었기에 지혜가 쌓일 시간이 없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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