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카드 위기관리 체계, 수준 이하

20일 발생한 경기도 과천의 삼성SDS 데이터센터 화재로 삼성카드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삼성생명의 일부 서비스가 사흘째 중단된 상태다. 농협을 제외한 22개 금융기관의 체크카드 결제가 22일 복구된 데 이어 고객 불편을 초래한 인터넷 쇼핑 등 온라인 결제와 홈페이지 접속, 결제 내역을 통보해주는 문자알림 서비스는 23일 오전 10시쯤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한 공인인증서 사용과 앱카드 결제 서비스는 여전히 불가능한 상태여서 고객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데이터센터 화재 때문에 전산 서비스가 며칠씩 불통된다는 것은 전혀 상식 밖이다. 지진'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이나 화재 등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기업들이 같은 데이터를 두 곳 이상의 장소에 나눠 보관하는 것은 기본이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사고로 서비스가 불가능해지면 즉시 다른 센터의 서버를 통해 원활하게 서비스를 계속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불문율이나 다름없다. 조선시대 때 굳이 전국 4곳의 사고(史庫)에 '조선왕조실록'을 나눠 보관한 이유가 뭔가.

삼성카드는 화재 직후 구미센터에 백업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어 데이터 손실은 없다고 밝혔다. 불행 중 다행이긴 하나 재해복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즉각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삼성카드는 그동안 차세대 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진행해오면서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아무런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 신속한 데이터 서비스가 생명인 금융회사에서 위기 대응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의외다.

삼성과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안전 불감증이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들은 지진에 대비해 데이터센터를 한국으로 옮겼다. 큰 비용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국외로 옮기는 이유를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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