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료수 하나 살 곳 없는 대구시민회관…재개관 6개월 텅빈 편의시설

주변보다 비싼 매장 임대료…2월까지 7차례나 임대 유찰

대구시민회관의 야경. 버선 끝을 닮은 건물이 본관인 그랜드콘서트홀이고 오른쪽이 공연지원관이다.
대구시민회관의 야경. 버선 끝을 닮은 건물이 본관인 그랜드콘서트홀이고 오른쪽이 공연지원관이다.

대구시민회관을 찾은 관객들이 편의시설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재개관 6개월이 다 되도록 상가 임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연을 보기 위해 시민회관을 찾은 관객들은 목을 축일 수 있는 커피나 음료수 하나 사 마실 곳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주로 오후 늦은 시간 열리는 공연 특성상 인근에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김지훈(28) 씨는 "일을 마친 뒤 공연을 보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와 겨우 공연시간은 맞췄지만 배가 너무 고파 공연을 즐기기 힘들었다"며 "여느 공연장처럼 최소한의 음료와 빵 등을 판매하는 곳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시민회관을 리모델링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대공연장 지하와 공연지원관 1, 2층에 9천851㎡(2천980평)에 달하는 근린생활시설 공간을 마련하고 식당과 커피숍, 각종 매장을 입점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 문제로 정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만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민회관 근린생활시설의 임대료는 평당 2만9천원에서 4만6천원으로 주변 상가와 비교해 꽤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부터 2월까지 7차례 입찰이 유찰된 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다. 워낙 넓은 평수지만 이를 4개 구획으로 나눠 통째로 임대하겠다는 캠코의 계획 역시 쉽게 임대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캠코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큰 평수를 임대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더 구획을 세분화 해 임대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임대료를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는 것이지만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캠코의 임대수익률 하락은 곧 대구시의 재정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구시민회관 리모델링에 든 사업비 559억원은 캠코가 대부분을 부담하지만, 근린생활시설을 민간에 임대해 매년 20억원의 임대수입으로 사업비를 회수해가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돼 있고 임대수익이 20억원에 못 미칠 경우 이를 대구시가 보전해주거나 5년 이내로 위탁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임대 가격을 현실화할 경우 결국 대구시민들의 부담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대구시 홍성주 문화예술과장은 "관객들의 불편이 큰 만큼 더 이상 상가를 비워둘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캠코와 임대가격 인하를 논의 중이며, 추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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