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도체 '클린룸' 적용, 이물질 없는 도장 설비 입소문…성서산단 한도에스티㈜

청정필터로 불량률 잡고 약품 자체개발로 시너지…5년간 40% 씩 성장가도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한도에스티는 우수한 품질의 도장 설비를 개발해 업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한도에스티가 도장설비를 거래업체에 설치하고 있는 모습. 한도에스티(주) 제공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한도에스티는 우수한 품질의 도장 설비를 개발해 업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한도에스티가 도장설비를 거래업체에 설치하고 있는 모습. 한도에스티(주) 제공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한도에스티㈜는 도장(塗裝'painting)설비 제작 전문업체로서 국내 주요 대기업 및 협력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우수 기업이다. 회사는 전문화된 사업부를 바탕으로 기술 향상을 도모하면서 해외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기계에서 설비로 확장

1991년 10월 설립된 한도에스티의 전신은 '한국도장기계㈜'다. 대명동에 자리한 한국도장기계는 도장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했다.

도장 관련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도에스티 신상용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초기 도장 제품과 부품 및 약품 등을 팔았다. 신 대표는 "제품의 부식을 막고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표면에 화학재료(페인트 등)를 칠하는 도장은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적용되는 공정이다"며 "그만큼 기계와 부품 등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판매처가 많은 만큼 경쟁자도 많은 분야였다.

이 때문에 이후 회사는 '영업'에서 '제조'로 영역을 확대했다. 신 대표가 직접 도장 관련 부품을 만들어 거래업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도장 설비는 수입산이 대부분이었다"며 "부품을 국산화하면 가격을 줄여 그만큼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작은 선반기계를 들여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일부 부품을 국산화해냈다. 이때부터 신 대표의 '도장'에 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회사는 국산 도장 기계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일부 성공을 하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때 신 대표는 기계를 만들기보다 전체 공정에 해당하는 설비를 만드는 '플랜트' 기술에 집중했다.

2002년 공장자동화사업부를 설립한 뒤 LCD/PDP 생산설비 자동화에 도전한 것. 신 대표는 "도장 설비 전체를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회사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전자 분야 자동화 설비에 우선 도전한 경험을 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도에스티의 도장설비는 대부분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가 이용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에서 도장 작업이 필수이기 때문. 특히 불량을 낮춰야 하는 자동차부품업계에서는 한도에스티의 도장설비에 대한 평이 좋다. 한도에스티 관계자는 "우리의 설비는 표면처리 기술이 좋아 제품을 만들 때 불량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세분화 사업부로 성공

한도에스티의 도장설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클린룸'과 '총합 시스템' 덕분이다. 한도에스티는 전자 분야 자동화설비를 만들어냈던 경험에서 '클린룸' 시스템을 처음 도장설비에 적용했다. 신 대표는 "도장 작업에는 이물질이 없어야 균일하게 도포가 가능하다. 결국 청정도를 높이는 기술이 도장 설비에 필요하다"며 "이 같은 고민을 전자부품 공정에 사용하는 클린룸에서 해결했다. 우리가 클린룸에서 사용하는 청정필터 박스를 도장설비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도에스티가 개발한 설비의 공정능력이 국내 경쟁업체 가운데에서도 특히 우월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청정필터 박스' 때문이다.

또 다른 한도에스티의 장점은 세분화된 각 사업부다. 회사는 '플랜트' 케미컬' '정수장비' 등 총 세 가지 주요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주력인 플랜트 사업부는 도장설비를 개발, 납품하고 있으며 케미컬 사업부는 도장을 하는 데 필요한 수처리약품을 개발, 판매한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일찍부터 수처리약품을 판매하면서 어떠한 물성의 제품이 필요한지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며 "이 장점을 살린 케미컬 사업부가 그때그때 설비에 맞는 수처리약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개발한 도장설비에 가장 적합한 화학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 시너지효과가 크다.

또 회사는 각 사업부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연구소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도에스티 연구소에는 총 직원 26명의 4분의 1가량인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2004년 '무기용제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친화형 도막박리 방법'을 개발, 특허등록을 마쳤으며 '페인트 폐기물 제거용 멜라민-포름알데히드 수지의 제조' 특허도 확보했다. '사용후 가솔린 자동차 촉매장치 재제조 방법'의 경우 한국코트렐, 한서대학교, GS칼텍스 등과 함께 개발했다.

신 대표는 "우리는 따로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다. 설비 하나를 납품하면 수처리약품이 자동적으로 판매되고 우수한 성능이 입소문을 타고 관련업체들이 먼저 회사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회사는 5년째 매년 30~40%씩 성장 중이다.

회사는 앞으로 정수장비 사업부를 강화해 수처리 분야에 도전할 예정이다. 환경공학을 전공한 신 대표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마련했다. 회사는 이미 정수장비 사업부를 통해 '이온교환수지막을 이용한 정수장치'를 개발했으며 특허등록을 마쳤다. 2009년 조달청 '나라장터'에 정수장비를 등록했으며 2012년 미국 LA 지역 정수기 사업에도 진출했다.

신 대표는 "도장과 환경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 듯하지만 도장설비 기술력을 조금만 응용하면 정수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도장과 정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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