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때늦은 야당의 반성, 하지만 얼마나 갈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의 책임을 거론하며 사과했다. 안 공동대표는 "그동안 야당은 뭘 했느냐고 회초리를 드시면 달게 받겠다. 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국회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야권의 반성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수긍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지극히 회의적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회가 걸어온 행적을 되돌아보면 금방 해답이 나온다. 여야가 입으로는 민생과 국민 안전을 외쳤지만 수많은 어린 생명을 잃고 온 국민이 집단 아노미 현상에 빠지는 일이 벌어질 때까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반성이다. 국회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철저히 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비극이 가능한 일인가. 위기관리에 실패한 정부'여당은 두말할 입이 없지만 툭하면 정쟁으로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국회라고 면책될 수 없다.

야권은 이번 주 국회가 정상화되면 당분간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나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고 기초연금법 등 민생 및 안전 관련 법안의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재차 주의를 환기시키지만 민생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을 면밀히 살피고 제때 입법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다. 굳이 표나게 생색낼 일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밝힐 일도 아니다. 마치 선심 쓰듯 정부'여당의 딱한 처지를 봐주겠다는 태도는 야권이 얼마나 오만한지를 보여준다. 정작 단죄할 대상은 바로 국회요 정치권임을 알고는 있는가.

현재 각종 안전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이 묶여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런 법안이 무려 180건에 이른다. '해사 안전법' '수난 구호법' '선박 입'출항 관련 법'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국민 안전을 지켜줄 시급한 법안을 이리 방기해놓고도 여론 눈치나 살피며 뒤늦게 부산 떠는 것은 국민 대의기관으로서 국회의 양심과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생을 볼모로 여야가 계속 세 다툼이나 벌이고 제 잇속만 차린다면 국회는 더 이상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세비 반납하고 국회 간판 내리는 게 맞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