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세월호 참사와 언론보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국내 언론사들은 경쟁하듯 속보를 쏟아내고 있다. 무분별한 속보 경쟁 속에 각종 매체들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기삿거리를 내보내고 있다. 사고 초기 언론들은 피해자 보험금에 관하여 보도하거나 사망이 확인된 학생의 학교까지 찾아가 일기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가 죽은 것을 알고 있느냐" 는 질문을 하는가 하면 '세월호서 구조된 6세 어린이 혼자 나왔어요 눈물' 편을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뉴스의 생명은 신속이 아니라 정확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언론의 보도는 사고 당일부터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특정인물에 책임소재를 추궁하듯이 보도하고 있다. 물론 특정인물의 과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이 생존자 구조 방안과 피해확산 방지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선장은 사고 직후 행방이 묘연해 언론들은 탈출해 도주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서해훼리호 선장은 지명수배까지 내려졌다. 그러나 선장은 사고 8일 후 선체가 인양되면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한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에서도 기관사가 열쇠를 뽑아 탈출을 시도해 192명의 사망자가 난 주된 원인이었다고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물론이며 대다수의 국민은 기관사를 향해 연일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이후 사법부의 판단이 종결되고 같은 해 10월 한 TV 탐사프로그램에서 기관사가 열쇠를 가지고 탈출하기 이전 사망자가 대다수 발생했을 것이라는 과학적인 분석으로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또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각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도 방향이 달랐던 점이다. 보수성향의 언론은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뇌물수수 사건이 있었는데 해양수산부가 감사와 감독권 모두 가지고 있어 돈을 건넨 업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강 전 장관은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다며 마치 노무현정부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언론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규제 완화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는 식의 보도를 통해 이번 참사의 본질을 흐리게 했다. 이러한 보도는 재난과 정치를 연관시켜 오히려 국민의 혼란과 정쟁 그리고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한국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은 재난보도준칙을 추진했으나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 직후 수많은 언론은 오보와 더불어 선정적인 내용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이달 20일 한국기자협회는 총 10개 항으로 이뤄진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신속보다는 정확,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입장 배려, 철저한 검증 보도, 유가족 실종자 가족 국민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이보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29일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을 제정하여 고시하였다. 제7조(재난방송 등의 준칙)에는 재난상황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와 재난지역과 이재민 등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제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제8조(사생활 보호)에는 사상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은 신중을 기해야 하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 장면을 무분별하게 촬영하여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등 이미 가이드라인을 정한 바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후진적 참사였다고 언론들은 말하고 있다. 과연 언론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가 후진적 보도가 아니었는지 스스로 뒤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대형재난에 대하여 언론은 속보 경쟁보다는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앞으로 진행될 안전시스템의 문제와 정부의 재난대응에 대하여 심도 있는 취재가 요구된다. 정확하게 쓴 보도는 내일이면 교훈과 역사가 되지만 그렇지 아니한 보도는 내일이면 '신문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언론사와 기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종문/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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