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 결과를 지켜본 지역 국회의원의 반응은 겉으로는 '덤덤하다'면서도 실제로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권영진'이재만 예비후보가 현역 국회의원들을 차례로 누른 결과가 발표되자, 일부 국회의원들은 "압도적인 판세가 아닌 상황에서 이변은 아니다"며 애써 자위했지만, 현장을 찾은 대다수 의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호영 국회의원(수성을'대구시당위원장)은 "누가 압도적인 가운데 다른 후보가 당선되는 일을 두고 '이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번 경선에선 네 후보 모두 예측 불가했다"면서도 "철저히 맨투맨 전략을 행한 서울식 선거운동과 공천 획득을 위한 공중전의 대구식 선거운동에서 결판이 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구 정치권에서 만연했던 '공중전' 전략이 먹히지 않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유승민 국회의원(동을)은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대구시민의 욕구가 투영된 결과"라고 풀이했고, 김상훈 국회의원(서구)은 "TV토론, 연설, 당원과 대의원들과의 만남, 그 외 경선전에서 권영진 당선자가 이 길이 꼭 가야 할 길이라는 절박함을 제대로 호소해 설득한 결과 아니겠는가. 젊고 역동적인 리더가 필요하다는 민심이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현장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한 초선 국회의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당심이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대구 한 당원협의회 사무국장도 "이런 결과는 꿈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각에선 '국회의원의 오더가 먹히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현역 국회의원 후보가 둘이나 나온 상황이어서 국회의원들의 오더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당원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자율 투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희국 국회의원(중남구)은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공천 과정에서 의원들의 생각이 당원에게 전파돼 확산하는 일은 앞으로 없어질 것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국민이 현 시국에 아주 예민해져 있는 상태여서 여론이 결과에 투영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지만 국회의원(달서갑)은 "20년 침체 일변도인 대구에서 시민의 강력한 변화 욕구가 분출된 것이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 표출된 결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가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빅2'의 양자대결을 펼치게 된 데 대해 유 의원은 "절대 쉽지 않은 선거다. 당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권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 좋을지, 권 후보 홀로 변화와 쇄신 의지를 밝히며 인물 대결로 가는 것이 나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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