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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효자효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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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나 유교에서는 예로부터 효(孝)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효자 효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 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효자 효녀 이야기들은 대개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여 병든 부모님을 위하는 경우가 많다. '삼강행실도'에 나오는 용안현의 이보나 '오륜행실도'에 나오는 고산현의 유석진의 경우는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이거나 뼈를 갈아 마시게 하여 아버지의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병든 어머니가 한겨울에 잉어가 먹고 싶다고 해서 꽁꽁 언 강물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자 얼음 속에서 잉어가 튀어나왔다는 이야기 역시 같은 부류로 묶일 수 있을 것이다. 병든 부모님의 치료를 위해 아들을 솥에 넣고 삶았는데 나중에 솥을 보니 산삼이 들어 있었다는 조금 섬뜩한 것도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 이야기들은 모두 불법 의료 행위에 살인까지 한 것으로 결코 본받을 만한 일이 아니다. 결과가 좋아서 효자로 칭송받게 되었지, 만약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부모님이 차도가 없었으면(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어쩔 뻔했나. 그리고 이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효자 효녀가 되기 위한 제일 첫 번째의 조건이 병들거나 한겨울에 잉어를 내놓으라고 할 정도의 염치없는 부모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심청이나 심청전의 근원이 되는 신라시대 효녀 지은의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을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가거나 남의 집 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도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부모님을 위하는 길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도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느낀 것인데, 자식이 잘되는 것을 위해서는 등골까지 빼어 줄 수 있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 나를 위해 자신의 꿈도 희망도 포기했다고 하면 그것은 고맙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라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된다. 결국 효자 효녀의 이야기들은 행동을 본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가짐을 본받으라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소학'(小學)에서는 효도에 대해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우리의 몸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요,)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올바르게 살아 후세에 이름을 떨쳐 부모님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다)'라고 하였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야 부모님은 안심을 한다. 자식이 세상에서 좋은 평을 받고 유명해지는 것만큼 부모님에게 즐거운 일이 없다. 결국 효도의 가장 기본은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이고, 부모님을 즐겁게 하는 것이 지극한 효도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이라면 중간고사 잘 쳐서 좋은 성적표를 받는 것이 가장 큰 어버이날 선물일 것이다.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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