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래머 표모(29'서울 관악구) 씨는 3년 전 대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체에 다니다 사직서를 냈다. 잦은 야근과 토요일 출근에도 임금이 너무 낮아 불만이었다. 일거리도 없었다. 대구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의뢰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또 많은 기업이 수년 전 제작된 구형 프로그램을 요즘 트렌드에 맞춰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처음부터 새로 만들자니 작업량이 너무 많아 벅찼다. 표 씨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싶다며 미련 없이 서울로 떠났다.
적은 일거리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구의 IT 산업 종사자들이 대구를 떠나고 있다.
2010년 1만4천657명이던 대구의 웹'프로그래밍 종사자는 ▷2011년 1만3천459명 ▷2012년 1만3천380명으로 줄었다. 그에 비해 서울의 동종업계 종사자는 ▷2010년 54만1천97명 ▷2011년 55만4천59명 ▷2012년 56만9천26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구의 업계 관계자들은 의뢰 업체들이 제시하는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개업 4년 차인 대구의 F웹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등 15명의 직원을 이끄는 A(30) 대표는 처음 1년간 기업들에 비용을 거의 받지 않고 홈페이지 디자인을 해 줬다. 서울 동종 업체라면 600만원 정도를 받고 4, 5명이 몇 개월에 걸쳐 제작해야 하는 홈페이지를 대구 기업들은 4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제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의뢰 기업들은 "맨손으로 만들면서 왜 그렇게 비용이 비싸냐"며 비용을 깎으려고만 들었다. A 대표는 "개업 2년 차쯤 돼서야 서울 업체와 비슷한 제작비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서울 기업들도 지역 업체에 제작을 의뢰한다. 이 때문에 서울 출장에 드는 숙박비나 서울 지사 사무실 비용 등 부가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대기업과의 업무 시 프로그래밍 개발자들은 의뢰 업체의 정보 보안을 위해 1개월 정도를 해당 업체 사무실로 출'퇴근해야 한다. 중소 IT 업체의 개발자들은 한 달 남짓 숙소를 잡을 엄두가 안 나 계약을 포기하기도 한다.
서울 기업들과 거래하려고 회사 조직을 나눈 곳도 있다.
대구의 한 모바일 프로그램 개발자 김모(29) 씨는 "대구에서 시작한 기업이라 해도 영업직 직원들은 서울에 상주하고 개발직 직원들은 대구에 머무른다"며 "제대로 대우받으려면 서울 기업과 일해야 하는데 서울에 사무실을 차리거나 출장비를 들여야 해 작은 기업들은 부담이 클 것이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의 중소 IT 업체들은 싼 노동력에 낮은 질의 제품을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웹 디자인 업체는 우수한 디자이너를 고용해 새로이 디자인을 하는 대신 기존에 있던 디자인을 응용하거나, 디자인 프로그램을 구입하면 들어 있는 저급의 기본 소스를 이용해 제작한다. 또 프로그래밍 업체는 제품의 외형에 신경 쓰지 못한다.
한 IT 업체 대표는 "서울에서는 고객 기업과 IT 업체가 동등한 계약관계로서 제품을 발주한다. 반면 대구의 기업들은 '초갑(甲)'이다. 서비스 제품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치르기는커녕 어떻게든 돈을 깎으려고만 든다"며 "최근 5년간 내 주변 10개 업체가 대구를 떠났다. 실력이 있어도 인정받지 못한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실망감을 안고 점차 떠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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