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나는 참 늦복 터졌다

나는 참 늦복 터졌다/ 박덕성 구술/이은영 글/김용택 엮음/푸른숲 펴냄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노후대책'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돈, 친구, 취미활동, 건강과 같은 요인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식 도움 없이 실버타운에서 편히 생활하면서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나이가 들어도 손주를 보거나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이 대다수 노인들의 현실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이은영 씨, 그리고 시인의 모친 박덕성 씨가 함께 쓴 이 책은 보통의 노인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노년'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든이 넘어 병원으로 보내진 박덕성 씨가 바느질을 시작하고 한글을 깨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을 무기력하고, 죽을 때까지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젊은 시절 일만 하다 퇴직한 이들이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배경에는 자신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나이 들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김용택 시인은 "늙어서 거동이 불편해지면 자식이 부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식이 반드시 부모를 책임질 필요는 없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으니 어머니는 혼자 사는 게 맞고 내 아내는 나와 함께 사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혼자된 부모를 자식들이 직접 챙겨야 하고 나이 든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불효라 여기는 우리의 효 사상이 옳기만 한 것일까? 240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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