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남 선교사를 인질 삼아 무엇을 얻으려는가

북한이 8개월째 억류해오던 선교사 김정욱 씨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김 씨를 억류해온 북한은 지난달 30일 김 씨에게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반국가선전 선동죄 등을 적용해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고 공개했다. 일본과 납북자 문제 처리 등에 합의했던 북한이 그 여운도 가시지 전에 남측 인물에 대해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북한에 들어갔다 체포됐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송환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그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다 북일 합의를 공개한 이튿날 갑자기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무기 노동교화형이라면 탄광 등에 설치된 수용소에서 평생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하는 무서운 형이다. 북한이 앞서 북한에 들어갔다 체포됐던 여기자 2명에게 12년 노동교화형,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에 대해 15년형을 선고했던 것에 비해서도 터무니없다. 북한은 중형 선고에 대해 "외세를 등에 업은 괴뢰 역적패당의 동족 대결 책동에 동조하면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씨가 북한에 들어간 것은 오롯이 종교적인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북한은 '동족 대결 책동' 운운하며 정치적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우려된다. 북한 재판이 비민주적이라는 것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재판의 기본이 되는 김 씨 개인의 방어권은 철저히 무시됐고 재판 공개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인도적 차원의 재판은 없고 재판 결과만 있는 북한식 재판의 야만성만을 다시 한 번 드러냈을 뿐이다.

북한이 김 씨에 대해 가혹한 형량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해 말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도 일본처럼 자신들과 당국 간 대화에 나서라는 고강도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라면 이는 잘못 판단한 것이다. 과거 잘못을 인정도, 사과도 않는 아베의 일본에 다가서며 한국과 대립각을 세워서야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더욱이 한 개인의 운명을 볼모로 삼아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려 든다면 그 자체가 반인륜적이다. 북은 김 씨를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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