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되려면

'혁신클러스터'(innovation cluster)는 군집을 이룬 산'학'연 혁신주체들이 포도송이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효율적인 기술혁신과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선진형태의 경제구역을 말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처럼 우리나라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함께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4곳에 연구개발특구가 있다.

2011년 지정된 대구연구개발특구는 대경권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새로운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특구는 편리한 교통, 많은 대학과 연구기관, 넓은 배후 산업단지, 글로벌 정주 여건 등 혁신클러스터로서 장점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기업부설연구소 보유 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업의 기술개발 역량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40년 전 연구학원도시로 개발된 대덕특구는 ETRI 등 30여 개 공공연구기관이 위치한 세계적 연구단지다. 국내외 박사급 고급 연구인력이 국가연구비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했지만 대덕연구단지 인근에는 국가산업단지나 변변한 대기업이 없어서 벤처기업 육성이 어려웠다. 그러나 2005년 대덕특구가 지정되면서 조성된 벤처산업단지에는 총 1천300여 개 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대덕특구 기업 중 기술창업, 벤처기업, 기업 대표 박사 학위, 기업부설연구소 비중은 모두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대전 기업체 부가가치액은 대구 기업의 3배에 달한다. 대덕특구가 부가가치 중심의 혁신클러스터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외부로만 흘러나가던 대덕특구 첨단기술과 고급인력이 특구 내 기업으로 스며들어 고부가가치 산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덕특구의 성공 요인으로는 지역을 탈피한 개방주의, 혁신주체 간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 성공한 벤처기업가 엔젤 참여 등 선진 벤처생태계 조성,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역량강화, 구성원 간 성공사례 공유를 통한 벤처 마인드 함양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구특구가 기보유한 우수한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과 함께 부족한 혁신역량 제고를 통한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성공하기 위한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을 제안해 본다면, 첫째 지역주의를 탈피하고 외부의 선진역량을 적극 수용하는 개방적 자세이다. 대구특구는 취약한 기술사업화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덕특구와 수도권 기업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아 기술사업화 과정에 필요한 디자인, 마케팅, 사업화 전략, 기술투자, 특허거래 등 컨설팅 전문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둘째 대구특구 내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기술력 우수기업과 마케팅 우수기업과 협력을 도모하고, 대구특구 혁신주체 구성원은 각종 국제회의에 적극 참여하여 글로벌 역량 제고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등 글로벌 마인드 고취가 필요하다. 셋째 대구특구의 효율적인 벤처생태계 조성이다. 현재 단순제조 중심의 기업군은 연구중심 기업군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 이노비즈기업,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소기업 비중을 높이는 등 첨단기술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또한 성공한 벤처기업 발굴 홍보를 통한 따라 배우기 효과 고양과 함께 성공한 벤처사업가의 엔젤참여 유도 및 창투펀드 확대 등 창업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넷째로 대학의 혁신 역량 강화다. 대학은 기업과 맞춤형 인력양성 취업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과 경영을 접목한 융합형 전문가 양성 등 우수인력 공급과 함께 견고한 산학협력체계 구축으로 지역산업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임대공간으로 전락한 대학의 창업 보육공간을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효율적 창업지원 시스템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기술이전사업화 역량이 대학보다도 못한 대경권 전문생산기술(연)의 혁신역량 강화이다. 정부출연(연)에 버금가는 연구장비와 중소기업 중심의 연구를 담당하면서도 전문생산기술(연)은 제대로 된 연구자 인센티브제도와 기술이전 전담조직을 두지 못하고 있다. 조속한 기술이전사업화 전담조직 설치와 기술이전사업화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대구특구의 성공은 대경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구특구가 세계 최고의 혁신클러스터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본다.

임창만/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기획조정본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