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모모세와 이케하라

우리나라에 20~30년을 살면서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펴내 짭짤한 수익을 챙긴 일본인 두 사람이 있다. 모모세 타다시(百瀨格)와 이케하라 마모루(池原衛)라는 사람이다. 모모세 씨는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을, 이케하라 씨는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을 썼다.

제목만 봐도 자존심이 상하고 모멸감이 앞서는 책이다. 한국인을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이웃나라 사람의 현실적인 지적을 도외시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마땅찮은 소동이었다. 더 참담한 것은 출간된 지 1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이 문제의 책들을 내던져버릴 수 없는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인 특유의 속마음인 '혼네'(本音)를 알 수는 없지만, 모모세 씨는 '한국사람이 되고 싶은 일본인'이라는 고백을 앞세웠다. 또 '百'자가 있는 자신의 성씨와 관련 '백제 유민의 후손이고, 계백 장군의 후예'일지도 모른다는 한국 친구의 말에 황송했다는 그의 진솔한 한국 비판은 곱게 봐준다 치자.

이케하라 씨의 혼네는 좀 의심스럽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경제는 1만 달러, 의식은 1백 달러' '총체적 무질서 아, 대한민국' '전과자가 떵떵거리는 나라' 등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치부를 조목조목 들춰낸 부분에서는 발가벗은 몸을 들킨 듯 치욕적이다. 하지만 내심 수긍하면서도, 은연 중 드러내는 일본인의 우월성 과시는 불쾌하다.

그 중 하나가 몽골침략과 일제강점 비교이다. 고려시대에 수많은 인명을 도륙하고 문화재를 파괴한 몽골민족에겐 관대하면서, 철도와 다리 등 산업기반을 남겨준 일본 식민통치에는 왜 이를 갈고 성토를 하느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가 일제잔재를 안고 사는 우리를 속으로 또 비웃고 있는 건 아닌지.

몽골 잔재 청산은 공민왕의 친원파 척결에 이은 조선의 건국으로 종결되었다. 그런데 일제잔재 청산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이 들어섰지만, 친일세력은 오히려 득세하며 우리 현대사를 좌지우지해 온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 지도층의 '식민사관' 논란도 그 연장 선상이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의 도주 그리고 총리 후보자의 역사관 시비와 국정 개혁의 표류가 점철된 한국의 망측한 현시국을 모모세와 아케하라 씨가 본다면 속으로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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