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 권순찬 금융감독원 기획검사국장

"원칙대로 검사하라 뒷일은 내가 책임"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역대정권의 권력형 비리사건과 한보부도 사태 등 굵직한 사건들을 성역 없이 수사해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를 모델로 지난 4월 탄생한 금융감독원 기획검사국 초대 국장에 조직 내 최고의 '칼잡이'가 임명됐다. 주인공은 검사의 달인 권순찬(55) 선임국장이다.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출신인 권 국장은 자타공인 검사통이다. 책임자 승진 이후 외부 파견기간을 제외한 20년 동안의 근무기간 가운데 13년을 현장검사 또는 검사총괄 부서에 몸담았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파견기간 중에는 미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벌이며 선진 검사기법을 익히기도 했다.

권 국장은 "검사의 기본은 일선 금융기관들이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고 있는지 감독하고 위법부당행위를 철저히 찾아내 제재를 가하는 것이지만 기획검사국의 검사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원인까지 밝혀내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는 작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지난해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상품판매 협조를 당부하며 은행에 상품권을 제공한 사건을 밝혀내 부적절한 업계관행을 일소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07년에는 수협은행에 대한 검사를 지휘하면서 여느 경영자문회사의 경영진단서에 버금갈 정도의 결과물을 도출해 검사기관과 피검기관의 상생을 도모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청해진해운 관계사와 관계인에 대한 금융회사의 여신취급, 사후관리 등의 적정성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온 기획검사국에서 권 국장은 싸울아비로 통한다. 대학시절부터 연마해온 검도가 5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획검사국에서 권 국장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원칙대로 검사하라,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 영락없는 무장(武將)이다.

그는 고교은사이자 장인으로부터 받은 가르침,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권 국장은 "지금까지 나를 성원해준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늘 스스로를 경계하고 지금 나를 믿고 따르는 이들을 책임감을 가지고 보살피는 것이 사나이의 도리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권 선임국장은 신심이 깊은 불자다. 매일 절과 참선을 통해 자신을 가다듬고 매주 한번은 절을 찾는다. 그래서인지 얼굴에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원칙'에 죽고 '원칙'에 사는 외유내강형 강골이다. 그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이호진 기획검사국 수석팀장은 "한 번은 간부회의에서 특정 사안의 처리방법을 두고 국장님과 원장님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었는데 결국은 국장님의 뜻대로 일이 처리됐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국장과 부하직원의 뜻을 존중하는 원장의 조합은 금감원과 기획검사국 후배들에게 더없는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집이 늘 약이 돼온 것만은 아니다. 혈기왕성한 시절 가족과 동료 그리고 검사대상기관을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독'이 된 적도 있었다. 권 국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지금도 아버지를 뵙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고향을 찾는다. 그에게 고향은 '못난 자식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어머니께서 묻혀계신 곳이고 지금도 아들 소식을 기다리시는 아버지가 계신 곳'이다. 그래서 애정도 깊다. 대구은행이 민원처리 분야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권 국장은 "탄탄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전 임직원이 합심단결하고 있는 대구은행이 지금의 강점을 잘 살려나간다면 목표하고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양화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향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어떤 역경에 직면하더라도 절대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기하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 국장은 김천고교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Financial Risk Manager)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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