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위 줄게" 중국 유학생 모셔놓고는…입학후엔 '나몰라라'

대구경북 주요 5개 대학 2010년 3,913명 정점 이후 20% 가까이 하락세 계속

지난해 대구대는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지난해 대구대는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독도사랑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열어 유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기회를 줬다. 대구대 제공
영남대는 유학생들이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영남대는 유학생들이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글로벌 둥지 찾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모 대학 4학년 리지아싱(24) 씨는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과 비슷한 돈으로 유학할 수 있어 한국행을 결정했다. 당시에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 내에서 인기가 있었고, 가수며 연예인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 한국 유학이 자신의 장래까지 밝혀줄 것이라 믿었다. 그는 2011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서툰 한국어로는 한국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전공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리지아싱 씨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같은 과의 한국 학생들은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했다. 언어적 한계에다 생활자금까지 벌어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성적은 형편없었다. 세 학기 연속 F학점을 받으면 비자를 연장할 수 없어 시험을 칠 때마다 식은땀을 흘린다"고 했다. 그는 친구나 동생들에게 한국 유학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어 문제로 전공수업 벅차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유학생활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언어다. 중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왔지만, 전공 수업의 용어는 마치 풀 수 없는 암호 같기만 하다. 더욱이 대구경북의 사투리는 다른 언어를 익히는 것처럼 낯설다.

이렇다 보니 대구경북 유학생의 한국어능력은 국내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과 비교하면 떨어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 합격자 비율은 대구권 대학이 16%, 경북권 대학이 14%였다. 이는 전국 평균(24%)과 비수도권 대학 평균(21%)보다 낮다.

한국어 능력 부족은 낮은 학업 성취도로 이어졌고, 취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인에 대한 기업의 편견도 취업 앞에 놓인 거대한 벽이 됐다. 조선족 윤모(31) 씨는 모 대학에서 졸업장을 어렵게 땄지만, 직장 잡기는 몇 배 더 어려웠다. 그는 "4학년 때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지만,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나중에 기업 측으로부터 중국인이라 업무상 의사소통이 힘들 것이라 판단, 면접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억울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은 취업관문을 뚫기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자 문제도 이들 유학생의 한국 정착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D2비자(대학원생 포함)를 받은 유학생이 졸업 후 취업을 하려면 D10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 비자는 6개월 만기에다 최대 2년을 연장할 수 있으나 그 사이 취업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대부분은 귀국한다. 중국인 유학생 A(26'여) 씨는 "비자연장을 하려면 지도교수의 추천서가 있어야 하는데 연장 때마다 새로 받아야 해 적잖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유치는 총력, 관리는 소홀

중국인 유학생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시기는 2000년대 들어서다. 정부 차원의 독려 덕분이었다. 2001년 정부는 최초로 외국인 유학생 정책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종합 방안'을 마련하고 해외에서 유학생 박람회를 여는 등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열중했다. 서류 발급을 간소화하고, 대학의 기숙사 증축 지원에도 나서며 유학산업 육성에 힘을 쏟았다.

대구경북의 대학들도 2000년 중반 들어 한국어연수원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각종 장학금제도를 신설하며 유학생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 결과 대구경북 주요 5개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07년 2천249명을 기록했고, 2010년에는 3천913명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해 3천129명으로 줄었다.

중국인 유학생 감소에는 시들어진 한류 영향도 있지만, 대학들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또 열악한 지역 경제 상황도 유학생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

한 대학은 온갖 혜택으로 중국인 유학생을 불러모았지만, 실제 해준 것은 없었다. 유학생 B씨는 "대학 측이 설명한 것과 달리 교육환경이 좋지 못했다. 대구 시내와 가깝다고 했으나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접근성도 떨어졌다. 또 최고 대학이라고 했으나 평범한 수준의 지방대였고, 취업 전선에서 큰 매력도 갖추지 못했다"며 "영어권 국가에서 온 학생보다 중화권 학생이 더 많은데도 외국어로 진행하는 강의는 '영어'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쉬단(27'경북대 졸업'이화여대 대학원 재학) 씨는 "학부시절 학교 측이 중국인 학생들을 위한 취업 박람회 개최 같은 배려도 없었고, 졸업을 전후해 진로를 확인하는 조사도 없었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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