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감천마을은 부산을 대표하는 빈민촌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이주한 피난민들이 몇십 년 동안 좁은 계단식 산자락에 오밀조밀 모여 사는 모습은 전형적인 산동네를 연상시켰다. 청년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났고 노인들이 남은 마을은 황량하고 쓸쓸했다. 하지만 지금 감천마을은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외국에까지 알려진 명소다. 지난 한해 동안 30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이 가운데 대다수는 외국인들이었다. 감천마을을 바꾼 것은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가 추진한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프로젝트였다.
이 책은 공공미술인 마을미술프로젝트 5년을 조명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미술에 관한 책은 출간되었지만 대부분 도시 중심의 작업을 다루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을 단위 공공미술 혹은 공공미술로서의 마을미술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마을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 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 주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미술과 마을의 결합이 삶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등을 생생한 예를 통해 살펴본다.
이 책은 9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공공미술, 타자와의 대화' '미술은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등 3개 장은 공공미술과 마을미술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나머지 6개 장에서는 세부적인 주제를 짚어본다. 마을미술 5년을 보고하는 '마을을 담은 미술',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술의 장소성에 관해 돌아보는 '예술공간으로 변모한 일상공간', 주민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마을미술에 어떻게 스며들고 재현되는지를 풀어낸 '테마가 있는 마을미술', 대규모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한국의 공공미술이 지향해야 할 점을 살펴본 '잊혀진 도시들, 예술로서 재탄생하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성공사례를 통해 계승해야 할 점을 정리한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성공사례와 비전', 미술을 통해 지역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고하는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통한 지역의 재발견' 등이 실려 있다. 288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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