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해외 신혼여행도 못 가나요?"
10일 정부가 공무원들의 여름휴가 해외여행을 금지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대구시청, 각 구청, 경찰서 등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일파만파 확산됐고 공무원들은 "아무리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지만 여행지까지 간섭하나" "이미 예약한 사람은 어쩌란 말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정부 부처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 확인을 하느라 어수선한 한 때를 보냈다.
해프닝은 10일 한 경제지가 '국무총리실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산자원부 등에 여름휴가 기간 공무원의 해외여행을 가지 않도록 지시하라고 했다'는 기사를 실으면서 발단됐다. 이 신문은 '정부가 공무원들의 여름휴가 해외여행을 금지했고, 대신 내수 활성화를 위해 국내여행을 권장했다. 300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에도 지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소식을 접한 공무원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자제령에 몸을 낮췄던 공무원들은 모처럼의 휴가마저 정부가 옥죄냐며 웅성거렸고, 일부 해외여행 계획을 세웠던 공무원들은 가족들에게 '여행 취소'를 통보하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부모님을 모시고 휴가 때 미국에 사는 동생집에 다녀오려 했는데 누가 봐도 해외여행을 간다고 할 상황이라 이를 취소해야 할 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다른 공무원은 "동남아 여행이 국내 여행지보다도 더 싸서 예약했는데 경제를 살리자고 비싼 돈을 쓰게 생겼다"고 했다.
이미 다녀온 사람과 예약을 해 둔 사람들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A구청 한 공무원은 "같은 사무실의 주무관은 휴가를 빨리 받아 유럽에 다녀왔는데 나는 예약 수수료를 물어 가며 취소해야 할 판"이라 했다. B구청 한 공무원은 "신혼여행지를 해외로 예약한 사람은 어떡하냐"며 "이런 경우 정도는 봐줬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졸였다.
삼삼오오 모여 정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쐈던 공무원들은 다행히 이날 오후 정부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하면서 시름을 덜었다.
대구시청 한 공무원은 "무슨 일만 생기면 솔선수범을 핑계로 공무원들이 보여주기 식 행정의 피해자가 된다"며 "비록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런 거짓 사실에도 떨어야 하는 게 공무원이다 보니 씁쓸한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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