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와 여·야, 상호 존중 통해 상생정치 하길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 지도부가 어제 청와대에서 만나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은 '대화 정치'의 복원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여의도 사이에는 불통의 장벽이 들어서면서 대화의 단절이 계속돼왔다. 그 책임은 양쪽 모두에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서 야당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농후했다. 야당 역시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빌미로 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런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면 박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회동의 성사에 이어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 지도부와의 정례(定例) 회동을 제의한 것은 적절했다.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설사 야당이 발목을 잡아 국정 운영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였느냐는 질문에 이르면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대화하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대표적인 예가 '김영란법'에 대한 야당의 전향적 접근이다. 어제 회동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유병언법' '김영란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8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협조를 약속했다. 박 대통령 역시 야당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 요구에 '알겠다. 참고하겠다"고 화답했다. 모처럼 보기 좋은 장면이다. 이런 것이 상생 정치다. 상호존중하면서 정치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하지만 양자 특히 야당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오로지 대통령만 대화의 파트너로 삼아 여당 지도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정 운영을 위한 토론과 합의의 일차적 장은 국회여야 한다는 얘기다. 여당을 백안시하고 툭하면 대통령부터 만나려고 한다면 이는 야당 스스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 야당이 대통령에게 떼쓰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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