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서 전력 많이 쓰면서 원전은 왜 영남에"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대구서 월성원전 폐쇄 촉구

탈핵의 염원을 담아 국토 대장정을 펼치는
탈핵의 염원을 담아 국토 대장정을 펼치는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11일 대구에 도착해 경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핵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탈핵희망순례단은 지난달 30일 부산 고리원전을 출발, 다음 달 15일 대전까지 도보 순례하며 탈핵 희망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원전은 지역에 대한 차별입니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4명이 11일 경상북도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 월성원전 1호기 등 노후 원전 폐쇄와 삼척'영덕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 철회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부산 고리에서 탈핵을 위한 367.6㎞ 순례를 시작해 10일 대구에 도착했다.

순례단 성원기 강원대 교수(전자공학과)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도 도쿄에서 먼 곳에 원전을 지었다"며 "원전이 위험한 줄 아니까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는 것이고, 여기서 송전탑 문제도 촉발된 것이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 수도권이지만 17기가 영남권 남동임해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탈핵 운동가'인 성 교수는 4년 전부터 탈핵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강원 삼척이 원전 유치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박홍표 신부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를 만드는 모임에 우연히 참석한 게 계기가 됐다. 이때 성 교수는 처음으로 핵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주변이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핵사고가 나 농경지가 오염되면 먹거리 문제로 국민 전체가 위험할 수 있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성 교수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사고 피해자들을 만나고 '핵사고가 없어지도록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대신 길거리로 나와 기도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 6일 홀로 부산 고리로 향했다. 혼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5일간 포항까지 걸었다. 포항에서부터는 박 신부도 동참했다. 이렇게 삼척, 춘천 등지를 거쳐 지난 3월 1일까지 86일간 1천609㎞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순례'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부터 부산 고리에서 탈핵을 위한 순례를 다시 시작했다.

성 교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걷는 동안 많은 분이 공감해줘 올여름 다시 길을 나섰다"며 "핵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꼭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 계속 순례를 해준다면 좋겠다"고 했다.

순례단은 대구에 이어 15일까지 칠곡, 구미, 김천 등을 순례한다.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다음 달 8일 김천에서 다시 출발해 15일 대전에 도착,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올겨울쯤 대전에서 서울까지 순례를 또다시 떠날 계획이다.

성 교수는 "지난해 순례를 하며 한반도 순환을 했고 이번과 다음 순례로 부산에서 서울을 횡단한다면 '금지, 반대' 표시를 만들게 된다"며 "2013년 기준 원자력발전소 개수 세계 5위(23개), 국토 면적으로 나눠보면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인 우리나라에 탈핵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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