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리야, 어이쿠 허리야. 비가 오려나…." 찌푸듯한 하늘과 축축하게 내리는 비, 장마철은 노인들의 삭신이 쑤시는 계절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라도 내릴라면 노인들은 무릎과 허리가 쑤신다며 푸념한다.
이러한 노인들의 하소연은 꽤 근거가 있다. 장마철이 되면 대기는 저기압인 데 비해 관절 내부는 기압이 높아 관절이 팽창하고 통증이나 부기가 심해진다. 관절 안의 특수한 조직이 저기압일 때 통증을 더 느낀다는 해석도 있다.
관절액의 점도로 설명하기도 한다. 관절액은 관절 안에서 뼈와 뼈 사이를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담당한다. 기온이 내려가거나 날씨가 흐려지면 관절액의 점도가 떨어진다.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관절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관절의 움직임이 힘들어져 통증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관절통이 심해지는 장마철, 관절 건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가벼운 운동 관절액 윤활시켜줘
장마철에 관절염이나 신경통을 줄이려면 우선 관절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관절을 따뜻하게 하면 관절의 부기가 가라앉고 혈액순환도 좋아져서 증상이 많이 완화된다.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물에 손발을 담그거나 반신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후텁지근한 날씨를 견디기 위해 에어컨을 심하게 트는 것은 좋지 않다. 관절이 지나치게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관절 주위의 근육과 힘줄이 경직돼 관절통이 아주 심해진다. 따라서 실내온도는 25~28℃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관절이 아프다고 해서 누워만 있어서는 안 된다. 관절 안에 있는 물렁뼈는 관절의 움직임에 의한 압력 차이로 영양을 공급받는다. 따라서 관절을 움직여야 영양 공급이 되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 장마 때문에 야외 운동이 어렵다면 실내에서라도 가벼운 운동을 해서 관절액을 윤활시켜줘야 한다.
다만 축구나 테니스 등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가장 좋은 운동은 유산소 운동인 걷기다. 하루에 30~40분 정도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고, 무더운 낮 시간을 피해 이른 오전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잦은 운동보다는 1주일에 4, 5회 정도가 적당하다.
나쁜 자세나 습관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계단 오르내리기나 쪼그려 앉기, 양반다리 등은 피하고 일할 때는 되도록 앉아서 하는 것이 좋다. 쿠션이 많은 낮은 소파보다는 되도록 딱딱하고 조금 높은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의자에서 일어설 때는 엉덩이를 의자 끝 부분으로 옮긴 뒤 의자 팔걸이를 손으로 짚고 일어나는 게 관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입맛이 떨어지기 쉽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영양이 부족하면 관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관절에서 제일 중요한 물렁뼈 손상을 막고 치료를 돕기 위해서는 비타민 C와 비타민 E, 베타카로틴, 셀레늄과 같은 항산화 영양소가 많이 함유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한 노인 골절의 주된 요인인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유지하고 과도한 카페인과 술, 담배는 되도록 삼가야 한다.
◆미끄러운 바닥, 낙상 주의보
장순영(60) 씨는 최근 주유소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빗물과 기름으로 미끄러운 바닥에 발을 헛디뎌 엉덩방아를 찧었던 것.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장 씨는 쿡쿡 쑤시고 찌릿찌릿한 통증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고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장 씨는 3주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마철의 또 하나의 복병은 낙상이다. 빗물 때문에 길에서 넘어지기 쉽고 집안의 습도가 높아 거실이나 방바닥도 미끄럽기 때문이다. 뼈와 근력이 약하고 관절통이나 신경통이 있는 노인들의 경우 사소한 사고도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장마철 야외활동이 쉽지 않고 더위 때문에 근력이 약화되는데다 식욕까지 사라져 체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낙상을 당하면 엉덩이나 척추, 손목 등이 쉽게 부러지지만 회복이 어려워 생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엉덩이뼈가 부러지면 통증 때문에 거의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욕창 등 피부 염증이 생기고 심장이 약해진다. 당뇨병이나 심장병, 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의 경우 가래를 뱉거나 기침을 자주 해야 하는데 골절 부위가 아프다 보니 가래를 제대로 뱉지 못해 폐렴이 오기도 한다.
상태가 심각할 경우 소화기관의 활동이 저하돼 식욕이 크게 떨어지고 화장실을 갈 수 없어 가족들이 변을 받아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수치심을 느낀 노인들은 결국 음식 먹기를 거부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골절과 욕창, 폐렴, 영양실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끝은 생의 마감이다. 실제 노인이 뼈가 부러지면 1년 이내에 25%가 사망하고, 살아남은 환자의 50%는 휠체어 신세를 진다는 통계도 있다.
낙상은 예방이 중요하다. 가족들은 외출 후 물기를 제거한 뒤에 집 안으로 들어오고 마룻바닥의 물기는 바로 닦아내야 한다. 또 노인들이 실내에서 가벼운 운동을 해 근력을 유지하도록 돕고 입맛이 떨어지지 않게 영양식을 준비하는 게 좋다. 평소 관절이 좋지 않거나 근력이 약한 경우 외출 시에 지팡이 등 보조기구를 사용해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형외과 민병우 교수는 "불쾌지수가 높은 장마철에는 사소한 언쟁이 주먹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노출이 많은 계절이기 때문에 가벼운 몸싸움에도 쉽게 다칠 수 있는 만큼 여유를 갖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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