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명칼럼] 경북대총장 선거에 규정위반이라뇨

제18대 경북대총장 선거가 열린 지난달 26일. 8명의 경북대총장 후보 가운데 끝에서 두 번째, 7번 후보로 소견발표에 나선 이상룡(경북대 공대) 교수는 연설 도중 투표권을 가진 총장임용후보추천위원(이하 추천위원)의 면면을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1천1백여 명이나 되는 경북대교수 모두를 알지는 못하지만, 30년 이상 공대 밥을 먹은 지라 원로 교수들은 물론 새내기 교수까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4명의 공대 교수가 추천위원으로 들어와 있었다. 명백한 규정위반이었다.

연설 도중 추천위원들을 보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룡 후보는 연설을 마치고 나와서 즉시 이대우 경북대 교수회 의장 등에게 알렸다. 주변에서는 이런 사실을 듣자마자 "규정위반 했다면 안된다. 재선거네" 하는 견해들이 오갔지만, 현장에서는 문제가 안 된다며 그대로 진행했다. 한두 표 차로 당락이 오간, 차기 경북대총장 간접선거에서 교수위원에 대한 규정 위반은 사소한, 그냥 넘어가도 되는 괜한 상아탑 내 시빗거리에 불과할까.

경북대총장 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제28조에는 총장추천위를 교수위원 31명, 학생위원 1명, 직원위원 4명, 외부위원 12명으로 선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 교수위원은 단과대별로 3명 이내로 하라고 배정해놨다. 경북대는 20개의 단과대와 3개의 전문 대학원이 있다. 1개의 단대에서 최대 3명만 들어가더라도 나머지 단과대학은 그보다 훨씬 적은 추천위원 밖에 못 들어갈 확률이 높다. 실제 치전, 수의대, 예술대는 교수 추천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또 160명이 넘어서 가장 많은 교수가 포진해있는 의전에서는 딱 1명의 추천위원만 선정됐다. 반면 교수가 10~15명 선인 축산대는 2명의 추천위원이 나왔다. 대의성을 확보하려면 단과대 규모별 최소 1명 내지 최대 3명의 교수추천위원을 배출하도록 쿼터제를 두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고려되지 않았다. 상식 이하다. 그러나 그건 논외로 치자. 기왕 정했으니, 악법도 법이라고 따라야 한다.

비록 단과대별 쿼터제를 통한 대의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동의했으니 그대로 따르는 게 민주사회의 원칙이다. 그런데 별로 많지도 않은 그 규정마저 위반했다.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는 이 사실을 몰랐을까? 교수위원으로 허락한 31명을 20개 단과대와 3개 전문대학원별로 분류하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할까? 왜 하지 않았을까. 사전에 미리 알고서도 모르고 넘어간다고 생각했거나,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실제로 투표 전, 이상룡 후보의 '공대 추천위원 4명' 적시 이후라도 얼마든지 규정위반 사실을 터놓고 얘기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했을 법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연유야 어떻든 국립대에서 규정위반으로 총장을 선출한 사례가 없다. 더구나 국립 경북대에서 벌어졌다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경북대 구성원들이 사소한 규정위반이니 넘어가라고 하더라도 공무원 규정상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차기 경북대총장 선거에 대한 논란은 시급하게 정리되어야 경북대 위상이 더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4일 현재 경북대 학장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대학 구성원들의 견해는 갈라지고 있다.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그대로 강행해야 한다는 얘기 못지않게 규정위반이니 당연히 재선거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규정위반과 같은 절차적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강행하면, 제대로 일도 되지 않을뿐더러 승인을 받기도 어렵다는 입장도 강고하다.

일부에서는 규정위반을 알고서도 진행된 경북대총장 선거를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맞고 고칠래, 자발적으로 시정할래"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판단한다. 사소한 잘못과 비리들이 겹쳐서 대학판 세월호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나.

1970, 80년대 전국적으로 알아주던 경북대의 위상이 '수도권 초집중, 지방의 대몰락' 현상과 함께 급전직하하고 있음은 지역사회 모두의 근심거리이다. 경북대가 규정위반을 털고, 넘어진 그 자리를 딛고 새로 당당하게 일어서는 모습, 대구'경북민은 기다리고 있다. 경북대총장 재선거, 불가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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