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대학(大學)의 앞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대학은 원래 예기(禮記)의 한 편(篇)이었으나 주자(朱子)가 발굴해내 "처음 배우는 사람이 덕에 들어서는 문"(初學入德之門)이라며 유학 입문의 제일로 꼽았으며, 평생을 그 주해(注解) 작업에 매달렸을 정도로 중시한 경전이다. 그만큼 이 구절은 주자 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그 특징은 개인의 도덕과 정치를 연속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개인의 도덕적 정진(精進)이 모든 정치적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일본 에도시대 일군의 유학자들은 이에 반기를 들면서 그 연속적 세계관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오규 소라이(荻生徂徠)가 대표적인 인물로,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정치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만 잘 다스린다면 천하국가도 자연히 다스려진다는 주장은…아무것도 모르는 단순한 주장이다…설령 아무리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닦아서 흠 하나 없는 옥처럼 수행(修行)이 이뤄진다 해도, 그가 이 세상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는 생각이 없고, 또 실제로 나라를 다스리는 길을 알지 못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논리는 인(仁)의 개념도 혁명적으로 바꿨다. "후세의 유학자들은 인을 '지극한 정성'(至誠) '불쌍히 여기는 것'(惻怛)이라고 했지만 설령 지극한 정성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 해도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없다면 인이라 할 수 없으며 또 아무리 자비롭다 해도 그것은 모두 헛된 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종착점은 '마키아벨리적'이다. 안민(安民)이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설령 도리에 어긋난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수신(修身)을 못해 낙마했다. 이에 앞서 6'4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 교육감 당선이 유력시됐던 고승덕 후보가 제가(齊家)를 못해 낙선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21세기에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불변의 진리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사고방식은 과연 우리 사회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게 아닐까. 한번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이런 문제 제기가 두 사람이 수신제가는 못했어도 치국평천하는 잘할 것이라는 소리로 들릴까 걱정이긴 하지만.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