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소방차 '골든타임' 맞출 방법 없나

화재신고 받고 현장 5분내 도착 불발 10번중 4번 꼴

지난 3월 22일 대구 동구 팔공산로(도학동) 한 음식점에 불이나 45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약 1㎞ 떨어진 곳에 119안전센터가 있어 선착대가 4분 만에 왔지만, 17㎞나 떨어진 소방서의 지원이 늦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 박정우 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 부대장 제공
지난 3월 22일 대구 동구 팔공산로(도학동) 한 음식점에 불이나 45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약 1㎞ 떨어진 곳에 119안전센터가 있어 선착대가 4분 만에 왔지만, 17㎞나 떨어진 소방서의 지원이 늦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 박정우 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 부대장 제공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 10건 중 3, 4건은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화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보다 앞서 진화해야 큰불을 잡을 수 있지만 이를 놓치면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 거리에 놓친 골든타임

지난 3월 22일 오전 7시 43분쯤 공산119안전센터(이하 센터)에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불이 난 곳은 센터에서 1㎞가량 떨어진 대구 동구 팔공산로(도학동) 한 음식점. 신고 접수 후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4분이 지난 7시 47분이었다.

하지만 17㎞나 떨어진 동부소방서 본대가 현장에 온 시각은 신고 17분이 지나서였다. 공산센터 이외에 가장 가까운 센터도 11㎞나 떨어져 있어 지원에 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큰불은 신고 45분이 지난 8시 28분쯤에야 잡혔다. 기와로 덮인 목조건물이라 진화에 애를 먹었고, 결국 건물 66㎡가 새카맣게 탔다.

팔공산 자락은 주택이나 농장의 작은 불이 자칫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지만 센터는 한 곳뿐이고, 소방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초기 진화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불이 난 음식점은 그나마 도로변에 있어 센터의 선착대가 빨리 도착했지만, 추가 지원이 더뎌지는 바람에 큰 재산피해를 냈다.

같은 달 12일 오전 9시 3분쯤 북구 검단북로(검단동)의 한 물품야적장에 난 불도 3.8㎞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 선착대가 8분 만에 도착한데다, 7.1㎞ 거리의 북부소방서 본진이 1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신고접수 23분 만에 큰불을 잡았다. 이 때문에 안경제품 7천여 개와 냉장고, 건설기계와 주차한 승용차 등이 불에 타 7천2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센터와 소방서가 먼데다 검단들 농로가 좁아서 소방차의 접근도 어려웠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조사훈련계 담당자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차적인 이유는 거리다. 도심 외곽으로 갈수록 센터 한 곳이 담당해야 하는 면적이 넓어져 현장 도착시각이 늦어진다"며 "도심의 경우는 출'퇴근시간 차들이 많이 몰리거나, 도로의 차들이 소방차에 길을 양보해 주지 않으면 출동시간이 지체된다"고 했다.

◆한발 늦은 대구소방

본지가 최근 5년간 소방출동시각 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구의 골든타임 내 도착률은 매년 60~70% 선을 맴돌아 전국 특별'광역시 7곳 가운데 중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구의 화재신고 5분 이내 도착률은 2009년 65.5%(6위)를 기록한 이후 2010, 2011년에는 76.4%(5위)와 77.6%(6위)로 소폭 상승했지만 2012년 다시 66.4%(6위)로 낮아졌다. 지난해는 71.1%로 7곳 중 4위에 머물렀다.

대구의 소방서별 골든타임 도착률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동부소방서가 62.2%로 최하위였다. 또 달성소방서(62.8%)와 북부소방서(65.5%) 등이 대구 평균을 밑돌았다.

동부소방서와 달성소방서의 공통점은 담당 면적이 넓다는 것. 두 소방서는 대구소방본부 전체 담당 면적 883.5㎢ 중 각각 20.6%(동부)와 27.4%(달성)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을 맡고 있다.

센터별로 구분하면 초기진화에 취약한 지역이 좀 더 명확해진다. 대구의 센터 46곳 중 5분 이내 도착한 비율이 70% 이하인 경우는 17곳이나 됐다. 최고 낮은 곳은 12.5%의 공산센터(동부소방서)로 이곳은 지난해 16번의 화재출동 중 5분 이내 도착한 경우가 2번에 불과했다. 또 10~20분 도착은 절반이 넘는 9건이었다.

문제는 이들 센터가 인근 센터, 본서 등과의 거리도 멀다는 점이다. 선착대가 골든타임 안에 도착해도 인근 센터와 본서의 지원을 받는 데 시간이 걸려 진화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공산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센터는 10.3㎞나 떨어져 있고, 본서는 15.9㎞ 거리에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구와 화재 발생이 많은 도심에 소방서와 안전센터를 집중 설치하다 보니 도심 외곽은 소방안전에서 소외되게 된다"며 "인구뿐만 아니라 면적까지 고려한 시설과 인력의 배치를 통해 골든타임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예산 투입 등 안전에 대한 시장의 정책의지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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