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사 취재팀은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100일(7월 24일)을 맞아 진도 팽목항을 다시 찾았다.
22일 오전 10시 30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선착장에서 교통안내를 하는 경찰관 1명이 눈에 들어올 뿐 여느 항구처럼 평온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한 대혼란은 이제 찾을 수 없었다.
사고 수습이 한창이던 90일 전, 기자의 눈에 들어왔던 수십m씩 늘어섰던 자원봉사 천막과 가족 텐트는 이제 대부분 철거돼 휑한 느낌마저 들었다. 현장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는 천막은 팽목항 선착장에서 팽목항 초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천막 주위로 대한약사회가 의약품을 지원하는 컨테이너를 비롯해 몇 개의 자원봉사 단체들의 천막과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천막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언뜻 봐서는 일상으로 돌아온 팽목항.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절규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혼란 대신 채워진 고요가 남은 가족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고, 그 슬픔과 분노는 심해의 짙푸름처럼 깊어지기만 했다.
사고 초기 팽목항에 서 있었던 기자에게 "우리 아이가 차가운 물속에 있어요. 1분 1초라도 빨리 구조해주세요"라며 울부짖던 희생자 가족의 모습이 아른거렸고, 그들의 절규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했다. 4월 18일 성난 희생자 가족들이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성토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지친 가족들은 이제 울분을 토해낼 힘마저 잃은 듯했다. 그 모습이 가슴을 파고들어 눈물을 훔치게 했다.
진도 실내체육관도 많이 변해 있었다. 사고 초기 실내체육관 주위를 빼곡하게 채웠던 자원봉사 천막은 대부분 사라졌다. 불교'천주교 등 종교 단체들이 설치한 천막 4개, 식당 천막 1개만 남아 있었다.
자원봉사 천막이 있던 자리에는 컨테이너로 된 희생자 가족 숙소 4개 동이 마련됐다. 봉사자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동 세탁차 자원봉사를 나온 김소운(52) 씨는 "많을 때는 세탁차량이 5대나 체육관에 있었다. 하지만 모두 떠나고 우리 차만 남았다"고 했다. 체육관 1층 복도 천장에 닿을 듯 쌓였던 구호물품도 크게 줄었다. 체육관 안은 희생자 가족들이 대부분 떠나면서 매트와 침구류만이 널브러져 있었다.
달라진 것은 현장 모습만이 아니었다. 희생자 가족들과 이곳 주민들도 많이 변했다. 사고 초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어느 정도 평정심을 찾은 듯했다. 어쩌면 그 모습은 사고 초기 극적인 구조를 바랐던 한 가닥 '희망'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로, 다시 시간이 흐르면서 체념과 절망, 그러면서도 제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달라는 애끊는 심정이 복잡하게 얽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단원고 2학년 3반 황지현 양의 외삼촌 심홍석(47) 씨는 "누나가 바지선을 타고 바다에 나갔다 와서 무릎이 안 좋아졌다. 매형은 매일 바지선 타러 나가다 보니, 이젠 산 사람이 더 걱정이다"며 "빨리 조카를 찾아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같은 아픔을 겪은 많은 가족이 떠나간 빈자리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들. 그들을 곁에서 지키는 자원봉사자 등은 어서 빨리 이 지루한 싸움이 끝나, 가족들이 한시라도 빨리 아픔을 추스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팽목항 주변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의 구조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장사가 안돼 수심이 가득했다. 팽목항 선착장에서 낚시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여름에는 하루에 300만원 가까이 매상을 올렸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한 푼도 못 벌었다"고 했다.
더욱이 진도읍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길이 통제되면서 서망 해변 쪽으로 돌아서 가야 해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팽목항 선착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석(70) 씨는 "실종자 가족들에겐 미안하지만 진도 군민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불편을 당해야 하느냐"며 "교통 통제라도 해결해달라고 23일 군청에 항의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참사 100일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를 애타게 그리는 행사가 현지에서 열린다. 세월호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와 진도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4일 오후 2시 팽목항 등대 주변에서 '실종자 100일의 기다림'이란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참가자들은 노란 풍선 100개를 주변에 달고, 실종자 10명의 이름표를 등대에 붙인다. 또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편지 낭독 시간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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