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진정한 '호러퀸'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벌써 네 편째다. 영화 '여고괴담3-여우계단'과 '요가학원', '두 개의 달'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줬는데, 2014년에도 박한별(30)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에서 '필선2'라는 이름으로 소개돼 개봉 첫 주 90억원의 수익을 내는 등 관심을 받은 영화 '분신사바2'(16일 개봉)의 여주인공으로다. 박한별은 "공포영화를 많이 찍었다고 해서 뭔가 차별을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장르만 같지 전혀 다른 소재와 내용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달랐다. 특히 그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중국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100% 중국영화라고 할 수 있죠. 제가 나오고 안병기 감독님이 연출하긴 했지만 중국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저도 중국어로 연기해야 했어요. 공포영화를 찍는다는 느낌보다는 중국에 처음으로 제 얼굴을 알린다는 생각이었죠."
박한별은 중국 극장에 '필선2'가 걸렸을 때 무대 인사를 다니며 현지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알아본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가수들은 현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배우들 같은 경우는 다른 것 같아요. 제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인기를 실감한 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무대 인사를 할 때 스크린에 나왔던 배우가 눈앞에 있으니 신기해 하고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저도 신기한 경험이었고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좋아해 주고 반겨주니 신기했죠. 한국말을 배웠는지 간단하게 쓴 메모를 들고 계셨던 분도 있으세요. 그것도 좋았어요. 호호."
박한별은 2년 전 자살한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과 갈등 속에서 서서히 밝혀지는 충격적인 비밀을 담은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인 평범한 대학원생 송치엔으로 나온다.
그는 "중국인처럼, 아니 중국인으로 보였어야 했기 때문에 매 장면이 힘들고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 하나를 꼽을 수 없는 이유다. "제가 중국말을 전혀 못하거든요. 그런데 완벽하게 대사를 해야 했어요."(웃음)
박한별은 "중국배우들과 호흡 맞추는 게 정말 어려웠다"며 "전혀 말이 안 통하니 언어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걱정은 했었다. 하지만 호흡을 맞추다 보니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 것 같더라. 나중에는 손짓, 발짓해서 표현하니 다 알아듣는 것 같아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장면이 기억난다. 그중에서도 "아무래도 감정 신이 특히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박한별은 대사는 물론, 감정도 잡아야 했으며 상대와 호흡도 맞춰야 했다.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 건, 아무리 오래 연기를 해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연기 경력이 좀 더 쌓여도 편해지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촬영 에피소드를 하나 꼽아 달라고 하니 마지막 옥상 장면을 언급했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박한별은 "촬영이 밤이었는데 집중해서 찍으니 해가 너무 빨리 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제작진과 스태프, 배우들에게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았다"며 "모두가 정신없이 움직여 촬영을 마무리했다"고 기억했다.
박한별은 안병기 감독 때문에 '분신사바2'에 출연했다고 털어놨다. 과거 공포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웬만한 공포영화는 다 봤다"고 했다. 특히 안 감독의 '분신사바', '가위', '폰' 등을 모두 봤다. 그는 "감독님의 첫인상이 굉장히 편했다"며 "친구 같았고, 대화도 잘 통했다. 어른스러워 보이는 무서운 감독이 아니라 친한 오빠 같은 편안한 느낌이라 좋았다"고 떠올렸다.
"제가 본 '분신사바'와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 '가위' 등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이렇게 인연이 돼 참여하게 된 것도 신기한 일 같아요. 사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공포영화 잘 못 봐요. 무섭고, 심장 쫄깃한 기분이 전해지는 영화를 잘 못 보게 됐죠. 아, 귀신 불러낸다는 분신사바와 연이 또 있긴 하네요. 학창시절에 많이 해봤거든요. 그런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어요. 호호."
박한별은 '얼짱' 출신이다. 2002년 19세 때 잡지 모델로 데뷔했고 이후 연기를 해온 그를 향한 선입견이 아직도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예쁘다거나 공주 같은 역할만 하진 않았다. 드라마 '갈수록 기세 등등'에서 군복을 입고 예쁜 얼굴과 몸매를 가리기도 했다. 지난 5월 끝난 일일극 '잘 키운 딸 하나'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남장여자 역할을 소화했다.
비슷한 이미지로 다른 배우와 겹치는 부분이 없는 박한별. 이유가 있었다. 롤모델을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인 듯했다. 데뷔 초에는 긴 생머리와 청순한 이미지로 '제2의 전지현'이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지만 이제는 전지현과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신인 때부터 롤모델이 있느냐고 질문을 받았는데 진짜 없어서 고민했어요. 없는데 있다고 하는 건 거짓이잖아요. 그냥 저는 '저 배우는 저 작품에 저렇게 연기 했구나', '이 배우는 또 이렇게 했구나' 생각하죠. 그런 모습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저절로 제가 만든 이미지가 있나 봐요. 한 명을 정해두고 따라 하거나 롤모델로 삼지는 않았어요."
박한별은 "이번 영화를 통해 또 호러퀸으로 인식되는 것 같은데 한 가지 수식어로 불리는 것 자체도 좋긴 하지만, 어떤 수식어를 얻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다만 "믿음이나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는 싶다. '박한별이 나오면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좋은 작품으로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나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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