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누구 멋대로 지역구 갈라 먹으라 했나

7'30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권의 터무니 없는 공천과 후보 갈라 먹기가 도(度)를 넘었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은 오간 데 없고, 당선을 목표로 지역구 갈라 먹기로 유권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권자들은 갈지자 행보를 싫어하는데, 국회의원 지망생들이나 정당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야권연대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각 정당은 자유민주국가의 이념을 가져야 하며,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는 끝까지 당선을 위해 정정당당한 경쟁을 펴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7'30 재보선에서는 여(與)도 야(野)도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원칙 무너뜨리기는 여당보다 야당이 더 심하다. 새 정치를 표방한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재보선 공천과 지역구 포기 행태는 코미디 수준이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현역 국회의원 31명과 1만 5천 명 주민의 '허동준 단독 공천' 요구를 외면하고 기동민(전 서울시 부시장) 후보를 공천했다. 그러나 기동민은 24일 멋대로 사퇴해버렸다. 명분은 야권이 승리해서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하기 때문에 지명도가 더 높은 진보정치인 노회찬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한다는 것이었다. 유권자들은 이런 셈법을 원하지 않는다.

정강 목표가 분명히 다른 정당들이 오로지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편법과 무리수로 지역구 갈라 먹기를 하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 서울 동작을의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사퇴하자마자 수원병'정 선거구의 이정미'천호선 정의당 후보도 같은 날, 7'30 재보선 부재자 투표가 시작되기 전에 극적으로 물러났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서울과 수도권 선거구를 놓고 결국 2대 1로 후보 맞거래를 한 셈이다.

원칙 없는 지역구 갈라 먹기에 유권자들은 신물이 난다. 말로만 새 정치, 수권야당을 내세우지 말고 공천부터 선거까지 묵묵히 자기 길을 가며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일관된 행동의 야당이 될 때 유권자들은 마음을 열 수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폭로하여 지명도를 높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하여 정치적 사후 뇌물죄로 평가절하 받는 야당은 신뢰받기 어렵다. 또 무리하게 전략공천 받고도 야당의 의석수 추가를 위해 후보자가 멋대로 사퇴해버리는데 누가 믿고 야당에 표를 줄 것인지 궁금하다. 야당은 야당다운 전투력과 정책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편법이 아니라 정도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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