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TP 2단지 첫 삽도 못뜨고…171억 공중 분해

조성계획 사실상 무산…상수원과 3.5km 거리 "공원 용지 불가"

포항시가 기본 조건조차 안 되는 곳에 산업단지를 만들려다 200억원 가까운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후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며, 경상북도는 도내 23개 시군의 무분별한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 향후 제동을 걸고 나설 방침이다.

28일 포항시에 따르면 그간 논란 속에 표류하던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포항시는 지난 2008년 남구 연일읍 학전리 일대 165만9천16㎡에 4천613억원(국비 98억원, 민자 4천515억원)을 들여 2019년까지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이하 TP 2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포항시'포스코건설'신한은행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도 설립했다.

하지만 사업은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실시설계 협의 중 예정 부지가 상수원보호구역과 3.5㎞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산업단지 부지는 상수원보호구역과 10㎞ 이상 떨어져야 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7월 'TP2단지는 공장입지로 불가하다'고 최종 통보했고, 감사원도 '취수시설 이전이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등을 선결하라'고 지적하며, 관련 규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포항시는 지난해 대구지방환경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5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법원은 환경청의 손을 들어줬다. 포항시는 그간 입장에서 급선회해 사업포기 의사를 조심스레 나타내고 있다. 행정상 실수가 명백한데다 상수원보호구역 이전도 불가능해 항소해봐야 승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졸속 사업 추진' 탓에 허공으로 날아간 돈만 200억원에 가깝다. 특수목적법인 자본금 300억원 중 171억원이 은행이자와 인건비 등으로 이미 사용됐기 때문이다. 특수목적법인 참여기업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포항시는 막대한 배상금을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산업단지 예정부지로 묶여 지난 9년간 보상도 못 받고 재산권 행사도 못한 땅 주인들이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포항시 관계자는 "법리적 해석을 통해 항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 산업단지 추진을 포기할 경우 그간 피해를 본 땅 주인들에게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상북도는 포항시의 사례처럼 사업진척이 부진한 산업단지에 대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산업단지 지정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갈 방침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