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A와 세상 B가 있다. A 세상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20평 아파트에 살지만 당신은 30평 아파트에 살 수 있다. B 세상에서 당신은 40평 아파트에 살고,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60평 아파트에 산다. 어느 쪽 세상을 선택하겠는가?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 A를 선택한다. 또 하나 이 실험에서 주목할 수 있는 사실은 세상 B처럼 사회 구성원 전체가 누릴 수 있는 '파이'가 늘어나더라도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수혜를 누리는 타인과 비교해 내가 불이익을 당한다면 대다수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선거 공약 중 단연 눈에 띈 것은 '문화 예산'이었다. 문화 예산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파이'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일까? 철학 없이, 소신 없이 단순히 금액만 증액시키겠다는 것은 수많은 폐단을 불러올 뿐이다. 예산이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거나, 특정 인맥에 의해 좌우되면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보니 정작 전체 문화관련 예산은 늘어나도 배고프고 힘든 일선 예술인들에게까지 골고루 분배되는 '낙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파고들어가 보자. 얼마 전 만난 한 전통예술인은 긴 이야기 끝에 "인간문화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자신 역시 전수자 중 한 명이고 전수 조교로 활동하고 있지만 인간문화재 제도가 오히려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흐리고, 인맥 줄 세우기를 하도록 만드는 부정적인 기능도 꽤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문화재'를 위해 마련된 '전수관'과 각종 혜택 등에 투자되는 돈이 오히려 전통문화의 올바른 전승을 막는 '양날의 칼'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젊은 예술인은 어느 날 심각한 얼굴로 물어왔다. "유학을 다녀와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음악 하는 즐거움에 10년 세월을 보냈지만, 어느 라인에 서지 않으니 40이 되도록 자리 하나 잡기 힘들다"며 "뒤늦었지만 대체 어느 라인에 서야 배곯지 않고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이냐"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상당히 실력을 인정받는 중견 예술인이었지만, 실력으로만 승부하기엔 해피아, 관피아를 넘어서는 대구지역 문화계의 '예(藝)피아' 커넥션이 너무나 견고하다고 했다.
앞서 든 실험의 사례에서처럼 사람들은 돈은 얼마나 쓰는가보다는, 적은 금액이라도 '얼마나 잘' 쓰는가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필요한 적재적소에 넘치지 않게 잘 분배해서 정의롭게, 공평하게 그 돈이 쓰이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과연 문화계에는 그 예산이 정말 제대로 잘 쓰이고 있는가 의문이다. 현재 대구 문화계는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한 문화계 권력자들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돈은 쓰이되 그 성과는 검증되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옹 식의 선심성, 보여주기식 예산과 탁상행정, 인맥중심의 예산 편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 보니 콩쥐의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정작 현장에서 예술하는 예술인들과, 그 혜택을 누리는 일반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역부족인 것이다.
그래서 물어본다."권영진 시장님, 문화 예산을 꼭 3배 늘리셔야겠습니까? 그 공약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그전에 과연 현재의 예산이 얼마나 투명하게, 적재적소에 잘 사용되고 있는지부터 분석하셔야 추가로 투입되는 예산이 빛을 발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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