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천의 부실한 산책로(본지 21일 자 1면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수성구청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떠밀려 무용지물의 산책로를 조성하는 바람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수성구청은 여러 여건으로 볼 때 산책로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원인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소신 없이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어천 산책로 조성은 구청이 범어천 생태하천복원 1단계 사업을 계획하면서 사업비가 당초 1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면서 제외된 사업이었다. 구청은 예산이 줄어 범어천 옹벽을 제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책로를 만들면 활용도가 낮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다. 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범어천 폭이 협소한데다 비가 오면 침수될 가능성이 있는 등 산책 장소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어천 인근 두산동 아파트 주민들은 주변에 공원이 없는데다 범어천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며 산책로 조성을 구청에 수차례 요청했다. 이에 구청은 지난해 5월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했고, 산책로 찬성률이 반수를 넘어 시범적으로 두산오거리~대우트럼프월드 구간(380m)에 산책로를 조성했다. 그러자 황금네거리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산책로 연장을 요구했고, 지난해 11월 산책로는 현재의 두산오거리~황금네거리 구간(800m)으로 연장됐다. 구청은 여기에 8천만원을 투입했다.
이렇게 조성된 산책로는 8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이용하는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다. 산책로 조성을 요구한 주민들은 시설이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산책로 주변 청소가 잘 이뤄지지 않아 깨끗하지 못하고 비가 많이 오면 생활오수가 섞여 악취가 난다는 것이다. 또 접근이 어렵고 야간 조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도 지적하고 있다.
한 주민은 "서울의 청계천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산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달랑 좁은 산책로만 만들어 실망하는 주민이 많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런 문제점들을 모니터링해 다음 달 중으로 구청에 제안서를 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사업 예산이 많이 준 상태에서 주민들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 특히 생활오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 여력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산책로 주변 잡초를 정리하는 등 주변 정비에 힘쓰겠다"고 했다.
부실하게 조성된 산책로가 골칫덩어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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