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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대통령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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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지는 다름 아닌 청와대 관저. 이른바 '방콕'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정국의 난맥상을 풀어나가야 하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무거운 심중을 시사하는 행보이다. 지난해 여름 경남 거제 저도에 머물며 통치마에 샌들을 신고 나뭇가지로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란 글을 쓰던 여유로움과도 사뭇 대비가 된다. 그런데도 야당 지도부는 '국가의 상중(喪中)이나 다름없는 이 세월호 정국에 무슨 휴가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당당하게 여름휴가를 즐기며, 국민 또한 이를 당연시 하는 외국의 문화와는 다른 양상이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의 와중이나 2차 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워싱턴 DC를 벗어나곤 했다. 링컨 대통령도 남북전쟁의 혼란 속에 백악관을 떠나 인근 통나무집에서 바람을 쐬며 에너지를 충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긴박한 국내외 정세 속에도 단골 휴양지인 매사추세츠의 섬으로 호화판 장기휴가를 떠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다쳐 치료를 받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해 여름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휴가를 즐기다가 '너무 논다'는 지적이 나오자 '휴가철. 자녀를 위한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우리 국민정서로는 마뜩잖은 항변이다.

어쩌면 대통령의 휴가는 그 자체가 국정의 반영이고 정치 행위의 연속이기도 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웃통을 벗고 낚시를 하며 자신의 근육질 몸매처럼 강한 러시아와 탄탄한 권력 기반을 은근히 과시한다. 하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내외 정세 혼란과 자연재해로 인해 청와대에서 '방콕 휴가'를 보낸 적이 있다.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쉴 때는 쉬어야 한다. 누구든 비워야 또 채우는 법이다. 대통령은 휴가 중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답답한 정국을 타개할 해법을 찾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콕 휴가' 중에 7'30 재보선 압승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설마 어정쩡한 휴가가 미지근한 정국 운영으로 다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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