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폐증 확인 한달…'불안한' 安心 대책

지원 대상자 선정 차질, 건강 지원 시작도 못해…손배 소송도 지연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탓에 인근 주민들이 진폐증에 걸렸다는 사실이 정부의 건강 조사 결과 처음으로 공식 확인(7월 4일)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민 건강관리 등에 대한 정부'대구시의 후속 대책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지원 대상자 선정이 이뤄지지 못해 주민 건강 지원은 물론 소송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대구시는 동구청과 협의를 거쳐 지난달 말 피해 주민 등의 지원 대상 범위를 정하기 위한 주민 건강 지원 방안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시는 정부의 건강 조사 참여 주민(거주 경력 20년 및 현재 거주)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부 건강 조사 대상임에도 검진을 받지 못했거나 검진 대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에게 X-ray와 컴퓨터 단층(CT) 촬영 등을 거쳐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주민 명단을 확보하지 못해 이 일을 시작도 못 했다.

시는 주민들의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 확진되면 진료비와 약제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건강 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와 조사를 맡은 동국대 의대 연구팀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본인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연구 이외 목적으로 병력이 담긴 개인 정보를 줄 수 없다고 알려옴에 따라 대상자 선정, 지정병원 선정 등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 관계자는 "진폐증 등 폐질환이 확인된 주민 중에 진료비와 약제비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자신의 정보가 행정기관에 전달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며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자 등 2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일일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시와 구청에 주민 명단을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주민 건강 지원이 늦어지면서 올해 책정된 2억2천800만원(국비 1억6천만원, 시'구비 각 3천400만원)의 예산도 제대로 집행하기 어려워졌다. 이 돈은 이월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면 반납해야 한다.

애초에는 정부가 올 3, 4월 중으로 조사결과를 발표, 늦어도 하반기에는 이 예산으로 주민 건강을 돌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표가 7월로 미뤄졌고 행정절차도 늦어지면서 건강 지원이 이달부터 이뤄지더라도 1년에 걸쳐 써야 할 예산을 4, 5개월 안에 모두 집행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손해배상 소송도 지연되고 있다.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회 측은 건강관리 대상자가 선정되면 이를 기반으로 소송인단을 꾸릴 참이었다. 그런데 건강 지원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소송에 참여할 사람들을 확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대구의 환경 전문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고, 소송과 별도로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도 제소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이에 앞서 피해 주민에 대한 건강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결과 발표 한 달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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