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도가니' 가혹행위 가담자 13명 여전히 근무

가해자, 피해자 '불편한' 동거

'구미판 도가니 사건'(본지 1일 자 1면, 4일 자 4면 보도)으로 SOL복지재단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를 받으면서 산하 복지시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구미시는 해당 복지시설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지내도록 방치하고, 문제를 일으킨 복지재단 측에 새 임원진 구성 준비를 요구하는 등 엉뚱한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SOL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은 장애인어린이집과 노인복지타운, 장애인 생활시설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1, 2급 지적장애인 34명이 입소해 있는 장애인 생활시설의 경우 직원 26명 중 원장 등 4명이 구속됐고, 나머지 직원 22명 중 절반 이상인 13명이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이들은 시설 관리자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입소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의 사회복지사와 생활지도사, 위생원, 간호원, 조리사 등이 비상교대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사회복지과 공무원 29명이 하루 한 명씩 근무조를 편성해 시설운영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미시가 '피해자 인권 보호'라는 기본 원칙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사회복지사는 "현재 입소 장애인을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은 수년에 걸쳐 가혹행위를 저질러 공포의 대상이 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을 분리시키는 것"이라며 "사회복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도 구분하지 못하는 구미시의 행정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구미시는 SOL복지재단의 새 임원진 구성을 두고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구미시는 사태 수습을 위해 12일 SOL복지재단의 이사 7명과 감사 2명 등 9명을 전원 면직하고, 새 이사진을 구성할 방침이다. 회계 부정이나 인권침해 등 현저한 불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임원의 해임명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미시는 오히려 SOL복지재단 측에 임원진 구성 준비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행위를 하다 구속된 전 대표의 영향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복지재단에 다시 임원 구성을 요구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북도 추교훈 사회복지과장은 "전임 대표는 이미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구미시가 관선이사를 선임해 전임 대표의 영향력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며 "전 대표가 복지시설을 사유화하지 않도록 새로운 임원진이 구성돼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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