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과욕만 부리다 끝난 구미디지털'대구문화산업지구

경제자유구역 지구 지정이 된 지 6년이 넘도록 아무런 사업 진척이 없는 구미디지털산업지구, 대구국제문화산업지구가 4일 결국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일부 구역이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업이 크게 축소된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는 2년 내, 사업 시행자가 바뀐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는 1년 내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10개 지구 중 4개가 지정 해제로 사업을 접거나 시한부 신세가 되면서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로 판정이 난 것이다.

정부가 2008년 경제자유구역 지구로 지정한 곳은 대구와 경북에 각각 5곳이다. 이 가운데 대구국제패션디자인지구와 대구테크노폴리스, 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는 기반시설 조성이 마무리되고 입주업체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설 대구혁신도시지구와 수성의료지구, 경산지식산업지구도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4개 지구가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하다 종지부를 찍거나 사업이 축소된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와 시행자의 사업 추진 의지나 관심 부족이 첫 손으로 꼽힌다. 2008년 당시 전국 각 지자체는 너도나도 지구 지정에 뛰어들었다. 지구 지정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 양 각축전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 견줘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빈손으로 끝난 지구가 속출했다. 지정을 남발할 경우 사업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에도 전국에서 모두 98개 지구가 지정됐고 이 중 14개 지구가 지정이 해제되면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수자원공사'LH공사 등 사업 시행자로 지정된 공공기관들이 경영난을 핑계로 사업을 미적댄 것도 부진에 한몫했다.

치밀한 검토도 없이 지정을 남발한 정부도 문제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받고 보자는 식의 지자체 행태도 일을 그르친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당국의 근시안적 전시행정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혼선만 부른 것이다. 사업 하나를 하더라도 철저히 가능성을 타진하고 제대로 전략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념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구에 대해서는 총력을 기울여 최대한 성과를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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