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 속에서-초보 농군 귀촌일기] 사람이 희망이다

얼마 전에 김천시에서 주는 수료 증서를 하나 받았다.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농업기술센터에 나가서 일주일에 네 시간씩 영농기초교육을 받은 결과물이었다. 이 교육은 최근 늘고 있는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개설되었다.

농업에 대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귀농인들에게 주고 있는 여러 혜택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에 귀농하기 전에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교육생 대다수는 이미 귀농귀촌한 상태에서 농업에 대한 답답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참석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업인들에게 작물 재배기술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내가 신청했던 '영농기초교육'은 가장 초보적인 농업교육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에 걸쳐 수강생을 모집했다. 상반기에 신청한 수강 인원 50명 중에서 이번에 수료증을 받지 못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만큼 교육을 신청한 사람들은 농업에 관한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

수업은 여러 분야의 전문 강사가 초빙되어 진행되었고, 교육생들은 강의를 통해 낯설기만 했던 농업 이론을 조금씩 익혀 나갈 수 있었다. 귀농인들에게는 농사현장을 둘러보고 선배 농업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생들끼리 조를 짜서 지역의 성공한 농가를 방문하는 현장실습이 관심을 모았다.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농업회계를 활용한 귀농전략 수립과정"이었다. 막연하게 시골로 들어온 사람 중에는 예상 밖의 비용 발생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다시 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실패하지 않고 농촌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사업계획서가 필요했다.

강사님과 함께 4인 가족이 귀농에 필요한 비용을 예측해 보았다. 주택과 토지 구입, 농업에 필요한 비닐하우스 설비비용, 운반기기와 농기계 및 농자재 구입 등에 놀랍게도 5억원이라는 금액이 발생했다. 물론 사정에 따라 이 비용은 달라지겠지만 귀농도 사업체를 운영하듯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예시였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귀농하기 가장 좋은 조건은 부모님의 기반을 그대로 물려받는 거였고, 그런 경우에 있는 몇몇 교육생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 시간이었다.

귀농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는 농업만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다. 안정적으로 작물을 키우기도 힘들지만 다행히 작물을 성공적으로 재배한다고 해도 판로가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양파의 작황이 좋은 올해의 경우, 양파농사를 많이 짓는 구성면에는 아직도 많은 양의 양파가 농가에 쌓여 있다고 한다. 농사가 잘되면 팔 곳이 없어 걱정이고, 농사가 안 되면 팔 작물이 없어 걱정인 셈이다.

아는 사람 없는 낯선 곳으로 귀농했을 경우에는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그나마 농촌의 정서에 좀 더 쉽게 합류할 수 있는 반면, 도시에서만 살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과 융화하기가 쉽지 않다.

교육을 마무리하는 수료식이 끝난 후, 일부 교육생들이 후기모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서 서로 힘을 얻자는 취지였다. 교육생들은 그동안 '밴드'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수투성이, 땀투성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결국 농사로 희망을 키워보려는 영농기초교육 8기 수료생들이 후기모임을 결성했다. 농업이론과 실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60시간의 만남을 바탕으로 앞으로 계속 인연을 이어갈 사람들이었다. 교육생들은 후기모임을 통해 귀농생활의 고단함과 흙이 주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것이다. 수료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배경애(귀촌 2년 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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