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노역장 유치일 제한 없애야 황제노역 사라진다

대구지법이 245억 원어치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고철거래 업자에 대해 징역 2년 및 벌금 24억 원을 선고하고, 벌금을 내지 않으면 300일 동안 노역장 유치를 결정했다. 이를 일당으로 바꾸면 하루 800만 원꼴로 이른바 '황제노역'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황제노역'은 2010년 광주고법이 벌금 254억 원을 선고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해 일당 5억 원씩 50일 노역형으로 환형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허 전 회장은 외국으로 도피해 이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해 초 귀국해 벌금 대신 노역형을 선택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문제는 대구지법의 이번 판결이 허 전 회장의 '황제노역' 논란 이후 강화한 개정 법에 따랐는데도 일당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바뀐 법의 환형 기준에 따르면 벌금액 1억~5억 원은 300일 이상, 5억~50억 원은 500일 이상, 50억 원 이상은 1천일이 유치기간이며 형법에 규정한 최장 유치일은 3년을 넘지 않게 돼 있다. 1억 원 미만은 통상적으로 10만 원을 일당으로 환산한다. 이번의 고철업자에 대한 벌금은 24억 원으로 500일 이상 노역장 유치에 해당하지만, 벌금과 함께 징역형을 받은 데다 포탈세액 납부 등의 이유에 따라 300일로 줄었다.

벌금 미납부에 따른 처벌의 기본 목적은 벌금액 환수와 범죄 재발 방지에 있다. 그러나 고의적인 횡령이나 세금 포탈 등의 죄를 저지르고 선고받은 벌금 대신 노역형을 선택한다면 이를 환수할 방법이 없다. 또한, 법의 맹점으로 일당 환산 금액이 벌금액에 따라 수십, 수백 배 차이가 난다면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런 불합리를 바로 잡으려면 3년으로 제한한 최장 유치일을 무기한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하루 환형 금액을 정하고 이를 예외 없이 벌금액에 따라 환형하는 것이다. 벌금이 많으면 수십 년 노역형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벌금을 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거액 벌금형은 대개 횡령과 세금포탈 등 회사 구성원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서 일어난다. 이런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유치일 제한은 없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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