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추위 속에서 굶주림을 견디며 고국으로 갈 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배는 오지 않아 하릴없이 빈손 들고 민들레 꽃씨처럼 흩날려 그 후손들은 오늘까지 이 땅에서 삶을 가꾸고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은 사할린 코르사코프 항구. 고국으로 돌아갈 배를 타려고 한인 4만여 명이 모였지만 소련군이 막아섰고, 결국 귀국에 대한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당시의 통한이 항구 언덕의 위령탑 바닥에 시구(詩句)로 남았다.
일본의 침략전쟁 때 사할린으로 강제로 끌려온 한인 동포 중 70%가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들은 브이코프와 우레고르스크 등의 탄광과 벌목장, 도로 공사장 등지에서 힘든 노동을 견디며 살아남았다. 현재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은 아직도 2만9천 명. 한인 1세와 그들이 낳고 키운 자녀는 여전히 '고려인'으로 불리며 살아가고 있다.
광복 69주년을 맞아 이들 사할린 한인의 시련과 아픔을 위로하고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줄 자리가 마련된다.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는 15일 사할린주 유즈노사할린스크시 한인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대구의 밤'을 연다. 이날 만찬에는 200여 명의 한인 동포가 참석할 예정이다. 다음 날 가가린공원 운동장에서 광복절 제69주년 기념식과 한인체육대회가 준비돼 있다. 사할린한인회를 중심으로 열리는 이날 행사에서 대구 청년들은 태극기 2천 개를 나눠주는 등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이외에도 코르사코프시장 예방과 바부쉬니베치 학교 방문이 계획돼 있고, 사할린 동포를 추모하는 위령탑이 있는 '망향의 언덕'을 찾는다.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추락(1983년) 지점인 네벨스크시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한다.
사할린 방문행사는 1996년 사할린 한인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시작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한인협회와 자매결연사업을 시작으로 1997년에도 사할린을 방문해 동포위문사업을 전개했다. 시간이 흐른 지난 2008년 8월 9일 다시 한 번 사할린 동포 위문사업을 시작했고, 모국어 연수차 방한 중인 사할린 한인 청소년 30명을 대구로 초청했다. 이후 지역사회에 사할린 동포의 현실을 알리고, 사할린 동포 돕기를 위한 바자회를 열어 시민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하태균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 회장은 "대구 청년들은 지난 7년 동안 해마다 잊지 않고 사할린을 찾아 한인 동포와 손잡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동포의 정을 나눴다"며 "올해도 사할린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차별과 무시를 이겨낸 한인들을 찾아 기념품과 후원금, 대학발전기금 등 대구에서 모은 정성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