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정치연합의 퇴행, 국민은 절망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총회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의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는 물 건너갔다고 국민은 예상했다. 그 예상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어제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종 민생경제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을 위한 법안도 발목이 잡혔다. 우리 사회가 야당의 '세월호 특별법 투쟁'에 언제까지 볼모가 되어야 하는지 절망스럽다.

새정치연합은 7'30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합의 파기는 그 선언이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했음을, 그들의 눈에는 소수의 강경투쟁 세력만 보이고 대다수 국민은 보이지 않음을 폭로했다. 시대는 야당에 새로운 야당상(像)을 요구하고 있건만 새정치연합은 '선명성'과 '투쟁'이라는 철 지난 레퍼토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자세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그 종착점은 영원한 불임 정당일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은 모처럼 칭찬받았던 절묘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사법체계 교란 논란을 피하면서도 세월호 유가족의 희망사항을 가능한 한 많이 반영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가족은 불만스럽겠지만 우리의 법체계 아래에서는 이것이 최선이다. 형사법 체계상 피해 당사자는 수사에 관여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객관적인 수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합의안을 파기한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수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런 초법적 발상에 담긴 위험성이 수권 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똑같은 '초법적' 요구를 할 때 과연 새정치연합은 들어줄 수 있을까. 들어준다면 국정운영 주체가 스스로 국가질서를 허무는 것이 된다. 그래서는 국가와 사회는 존속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은 국민 대다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생법안도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지금 새정치연합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균형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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