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온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교황은 낮은 데로 낮은 데로 임해 더할 수 없이 친근한 미소로 다가왔다. 또 그의 말은 우리의 일상을 뒤돌아보며 반성케 할 정도의 무게감을 던져주고 있다. 14일 청와대와 한국주교단회의 발언에 이어 15일 대전과 솔뫼성지 그리고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 방문 현장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했던 말과 그 의미들을 살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15일 첫 일정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방한 후 처음으로 집전한 첫 대중 미사였다. 교황은 여기서 강한 어조로 한국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전날 청와대 연설에서 평화의 중요성과 사회의 여러 문제를 두루 언급하고 한국주교단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와 성직자들이 빠지기 쉬운 세속의 유혹을 경고한 데 이은 것이다.
교황은 '이 나라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라는 표현으로 강론 대상을 명확히 한 뒤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한다"고 했다. 자신이 늘 강조해 온 것처럼 세상과 사람들과 동떨어진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의 교회' '양 냄새 나는 양치기'를 가리킨 말이다. 또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치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빈다"면서 정치'사회적 참여가 그리스도인의 의무라는 점을 설명했다. 교황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물질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왜곡되고 변질된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현실을 비판했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했다. 인간의 존엄성이 바닥에 떨어진 나머지 사람과 물질의 위상이 뒤바뀐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의 질타는 이어졌다.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했다. 사람보다 돈과 물질이 앞서는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은 사회와 다름없다는 뜻이다. 교황은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빈자와 약자의 벗이라는 이름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교황이 대전을 떠나 향한 곳은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리고 있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현장이었다. 교황은 이 자리에 참석해 청년들을 향해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그리스도는 일어나 깨어 있으라고,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여러분을 부르고 계신다. 이뿐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아가 다른 이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그들의 삶 안에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도록 초대하라고 요청하고 계신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도 물질과 권력에 물들어가는 사회 현실을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가 뿌리려는 선행과 희망의 씨앗이, 우리 주변뿐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안에 있는 이기심, 적대감, 불의라는 잡초에 질식해 버리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으냐"며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삶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물질과 권력, 쾌락 숭배의 징후들을 우리는 본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러한 세상에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정신적인 사막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희망을 앗아가고, 많은 경우에 삶 그 자체를 앗아가기도 한다"고 탄식했다.
교황은 남은 방한 기간에도 광화문 시복식과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의 강론과 강연을 더 할 예정이다. 교황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무겁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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