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치미는 화를 몇 번은 누를 각오를 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기성세대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어른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 등 못마땅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많은 아이들은 어른이 부르면 "왜요?"라고 되묻는다. 불퉁스럽고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해도 그때뿐, 다시 돌아오는 것은 또 "왜요?"다. 한 번은 교사가 많은 어느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학교에서 선생님이 불러도 대부분 "왜요?"라고 답한다며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나름 순치가 됐지만, "왜요?"라는 답이 돌아올 때마다 함께 따라오는 찜찜함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은 어쩌면 '충효'(忠孝)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유교 이념을 막무가내로 주입받은 학교 교육과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합리성에 바탕한 서구 사회도 세대 차이는 극심하지만, 인간 자체보다는 부모와 자식, 스승과 학생 등 관계를 더 중시하는 유교문화권에서의 세대 간 갈등이 좀 더 복잡한 모습이다. 하기야 지금부터 1만~2만 년 전의 구석기 시대 작품으로 추정하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개탄하는 그림이 있다는 우스개가 있듯 세대 차이는 영원히 해결 못 할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의 걱정이 기우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건강하다. 실제 행동과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초중고 학생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표준화 인성검사 본검사'(10개 항목)에 따르면 '예의'가 10점 만점에 8.25점으로 가장 높았다. 정의, 책임, 자기존중, 시민성, 배려'소통 등의 항목도 7.5점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높았다. 성실이 6.61점으로 가장 낮고, 성장할수록 전체 점수가 낮아졌지만, 이는 사춘기나 공부에 대한 압박감에 따른 결과로 풀이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지금의 기성세대도 윗세대와 갈등과 화해를 거듭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그 안에는 강압과 질타라는 부정적인 외형보다는 걱정과 보살핌 같은 따뜻함이 더 많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은 생각과 행동에서 기성세대보다 훨씬 건강하다. 드러나는 세대 간 혼란은, 이러저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들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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