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군대 가혹행위 근절

군 인권·병영문화 개선…국회 머리 맞대야

22사단 임모 병장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28사단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군대 내 병영문화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일 대형사고와 인권침해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군 당국이 잇따라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이달 7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출범했고, 13일 국방부는 장병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군인복무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지금이야말로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군 인권향상과 병영문화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제2의 윤 일병

병영 내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최근 여러 사건 이후로는 신고'적발 건수도 늘었다. 현재 군이 피해 구제전화로 운영하고 있는 '국방 헬프콜'로 접수된 피해 신고 건수는 윤 일병 사망사건 이후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달에만 758건이 접수됐다.

20일 육군은 정밀 진단을 통해 확인한 가혹행위 사례를 발표했다. 경기 포천의 한 부대에서는 근무요령을 숙지하지 못했다며 대검으로 신체를 쿡쿡 찌르고 파리를 일병의 입에 넣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례가 포착됐다. 강원도 화천에서도 후임병을 수차례 폭행하고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오도록 한 상병이 적발됐다. 경기 남양주 한 부대에서는 중사가 병사들에게 안전벨트로 목을 조르고 수갑을 채워 구타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확인 중이다.

성추행도 만연했다. 강원도 화천 모 부대에서는 일병 3명이 지난 4월부터 두 달에 걸쳐 후임병 7명에게 볼에 뽀뽀하기, 귀 깨물기, 목덜미 핥기 등 30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가 확인됐다. 강원도 양양의 한 부대 한 일병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손과 발로 후임병의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

부대 밖 범죄행위도 많았다. 대구의 한 부대에서는 휴가 나간 병장이 13일 중학교 동창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전역 후 경찰 조사 중이다. 경기도 용인 한 부대의 모 일병은 휴가 중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스페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13일 구속됐고, 강원 춘천 모 부대 소속 박모(21) 하사는 이달 3일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만난 지적 장애 2급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육군은 "최근 부대 정밀 점검, 설문조사, 면담 등으로 가혹행위와 성추행 혐의, 각종 범죄행위를 다수 확인했다"며 "군 수사기관에서 사실 관계를 수사 중에 있으며 피의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군은 5명 중 1명꼴, 괴롭힘당해

여군도 성적 가혹행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와 군 인권센터가 지난 1∼3월 여군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9%가 성적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28%는 타인이 당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 여군 5명 중 1명꼴로 군 생활 도중 성적 괴롭힘을 당한다는 의미다. 특히 가해자가 1명(42.6%)일 때보다 2명 이상(57.4%)인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어로 성희롱하거나 성추행, 성폭력 등 원치않는 성적인 접촉 같은 괴롭힘이 있더라도 대응한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대응해도 소용없거나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커서'라고 답했다.

◆국회가 앞장서야

군내 폭력 척결에 국회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 국방위는 21일 '군 인권향상과 병영문화 혁신' 공청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사병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고, '자율적 통제'를 바탕으로 군대 질서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효근 국방발전연구원장은 "풍요로운 생활환경과 핵가족 시대를 경험한 신세대들은 기성세대와 의식이 다르다. 이들을 귀하게 대우해야 귀하게 행동한다"며 "획일적인 통제 방법에서 벗어나 자율과 통제에 기초한 문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하였을 때 당사자 여부와 관계없이 보고'신고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관심병사 제도는 폐지하고, 병사 관리와 사건'사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촬영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를 군에 보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는 "은폐'축소를 시도한 지휘관은 추후 발각이 되면 강제 전역, 강등, 연금박탈 등 강력한 징계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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