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 프리즘] '도로 민주당'에서 벗어나는 방법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혁신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비대위의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이 두 차례나 유가족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박영선 위원장이 당 내부와 유가족을 설득하는 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난항은 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애초부터 야당이 국가적 재난을 '세월호 심판론'과 같은 '국민 편가르기 노선'으로 이용하거나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접근 대신에 초당적인 차원에서 범국민적 합의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면 그 난항은 피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박영선 위원장은 이러한 난항을 가져온 정치노선을 포함하여 수권정당을 향한 근본적인 정치혁신의 방법론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당 혁신의 방법론을 놓고 '정의당과의 통합'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어떤 방식이 좋을까? 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쉬운 방식과 어려운 방식이 있다. 전자는 '반독재민주주의론'에 기대어 민주와 진보좌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혈'합당'통합'계파 늘리기를 통한 야권 재편 방식이다. 후자는 '반독재민주주의론'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정치판 전체 구도를 민주화 이후 다원화된 시대 상황에 맞도록 혁신하는 '정계개편' 방식이다.

이미 전자는 당내에서 제안되었다. 부유세를 주장한 적이 있었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당이 더 왼쪽으로 갈 것을 주문하였다. 정 고문은 이달 5일 "우리의 목표는 2017년 진보 정권의 창출"이라며 "이를 위한 길은 곧 '진보 정당'의 기치를 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날 설훈 의원은 아예 진보 정당인 정의당과 통합하자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생각이 같고 행동도 같이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오려면 정의당과 통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 고문과 설 의원의 주장처럼, 진보좌파적인 당을 만들어서 보수 대 진보 혹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대안일까?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민주당의 후계정당들이 줄곧 써왔던 방법으로 식상하며, 대안도 경쟁력도 없다는 것이 어느 정도 검증된 방안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변화된 시대에 맞는 자신의 정치비전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갖추거나 당의 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채, 386 학생운동권'시민활동가의 수혈, 안철수 수혈 등으로 당의 이름만 '새정치국민회의' '새정치민주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식으로 바꿔가며 생존해온 게 사실이다. 이후 정의당 등 일부 진보 정당과 합당하여 '민주정의당'으로 당의 생명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방식도 당의 생존을 그럭저럭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변화하고 있는 국민의 눈높이와 혁신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모습에 대응할 수 있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만드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이는 수권정당과 거리가 멀고 불임정당에 가까운 '도로 민주당' 방식이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민주화 이후 정치판 전체를 혁신하고 선진화할 수 있는 '정계개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로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어 '독재는 악이고, 민주는 선'이라는 선악(善惡)의 이분법이 사라진 만큼 '반독재민주주의론'이라는 허상의 이데올로기를 청산하고, 우리 헌법의 가치대로 '민주공화주의론'을 실천할 수 있도록 '공화민주당' 혹은 '시민공화당'으로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다.

공화(共和)라는 헌법 정신은 식민지, 분단과 전쟁, 독재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성숙한 국가로 나갈 수 있는 중용적'중도적 대안이다. 시민공화당의 주요 임무는 민주공화국의 정신을 복원하여, 덕성 있는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공공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완전국민경선제의 법제화'와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시대착오적인 증오정치를 넘어서 진정한 남북대연방공화국을 건설하는 일이다.

채진원/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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