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퇴직연금 의무화 등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했다. 자산운용에 따른 규제도 완화해 연금 수익이 보다 많아지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도산 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등 기존 퇴직금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은퇴 시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지난 2004년 처음 도입된 퇴직연금은 올 6월 말 현재 약 88조 원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현행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높지 않고 투자 손실의 위험성이 있어 퇴직연금 평균 가입률은 고작 16%에 불과하다. 대구의 경우 전체 사업장 16만 3천여 곳 중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은 1만 3천여 곳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비율이 92%에 달하고 중도 해지율도 높다는 점에서 연금의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노인 빈곤율이 48.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근로 기간 중 자산을 잘 운용해 노후에 대비하자는 제도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과 달리 투자에 따른 손실은 근로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사적연금이다. 주식'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높으면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원금 손실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노후 안정을 꾀하려다 자칫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를 잘 보완해 활성화하는 것은 옳다. 정부가 이번에 퇴직연금 상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70%로 상향조정한 것도 그런 의미다. 하지만 고수익-고위험 구조에 따른 부작용도 잘 따져봐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을 잘못해 곤란을 겪은 사례도 있는 만큼 철저히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연금 수급권 보호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해 수익성만 좇거나 방만한 자산운용이 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자산운용의 전문성 확보 등 살필 부분도 많다. 노후 대비를 이유로 사적연금을 확대했다가 되레 부작용만 키우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살피고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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