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퇴폐' 벗긴 도심모텔…당당해진 대낮 손님

20, 30대 젊은이들의 모텔 이용이 늘면서 대구 동성로, 종로, 삼덕동 등 도심에서 모텔이 성업 중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0, 30대 젊은이들의 모텔 이용이 늘면서 대구 동성로, 종로, 삼덕동 등 도심에서 모텔이 성업 중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9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골목. 식당과 카페 사이에 있는 모텔이 번쩍이는 간판을 내걸고 이벤트 내용을 알리는 엑스 배너도 입구에 펼쳐놓은 채 영업 중이었다. 보행자들이 많고 대낮인데도 30분 동안 젊은 남녀 두 쌍이 모텔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모텔 직원은 "평일에는 젊은 층과 중년층 고객이 반반 정도지만 휴일에는 대부분이 20, 30대라고 보면 된다. 낮에도 숙박과 대실로 빈방이 거의 없다"고 했다.

대구의 모텔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모텔이 주로 외곽지에 있고 '불륜의 온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젊은 손님들이 늘면서 동성로, 종로, 삼덕동 등 도심에서 성업 중이다.

중구 동일동 모텔 주인 박모(59) 씨는 지난 30년간 운영했던 여관을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2년 전 새롭게 단장했다. 박 씨는 "도심 모텔 고객의 대부분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인데 '여관'이라는 간판을 걸면 찾지 않는다. 큰돈을 들여 내부 장식을 새로 하고 영화 관람 기기, 노래방 기기 등을 설치했다"고 했다.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들은 연인과 함께 모텔에 들어가는 행위에 대해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젊은이들이 붐비는 도심과 대학가에 모텔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모텔업계 관계자는 "시내에 위치한 모텔 대부분은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객실이 꽉 차도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는 곳이 많다"고 했다.

중구 인교동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대학가나 도심에 있는 모텔은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 30대다. 복층식 방과 옥상방, 실내수영장 등 인테리어에만 최소 6억원 이상이 들지만 젊은 고객들을 그러모으려면 이런 시설을 갖춰야 한다"며 "숙박 제휴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해 홍보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추천해주면 이용 시간을 연장해주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34) 씨는 "최근에 생긴 모텔은 노래방 기기, 당구장, 프로젝터까지 갖춘 곳도 있다. 꼭 이성과 데이트를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휴식을 하고 그룹스터디를 한다든지, 친구들과 생일 이벤트를 함께 하고 싶을 때도 찾는다"고 했다.

반면 경산이나 가창, 팔공산 등에 있는 모텔들은 옛 영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달성군의 모텔은 56곳에서 49곳으로, 동구는 282곳에서 259곳으로 줄었다. 업계는 과거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도심에서 떨어진 모텔을 찾았지만, 요즘은 번화가에 있는 모텔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대구지회 정낙현 사무처장은 "젊은 층에서는 모텔이 퇴폐적이고 불륜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옅어졌고, 중년 커플도 무인모텔이나 1실 1주차 모텔이 생기면서 사생활 보호가 잘 돼 도심 모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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