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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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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사람

박찬(1948~2007)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괭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모를 순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쯤 만나고 싶다

-시집 '화염길' 민음사, 1995.

사람이란 말 참 좋다. 인간이라고 하면 왠지 논리적 사고를 하는 모습의 사람이 떠오르지만 사람이라고 하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이웃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두 발로 서서 다니며 언어를 사용할 줄 알며 본능적으로 살지 않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알며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며 정치체제를 만들어 사회를 구성하고 산다. 다른 짐승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졌기에 만물의 영장이라 불린다.

사람이 이런 능력을 가졌기에 다른 동물들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는가?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사람이 만든 복잡한 사회 구조 때문에 보다 복잡한 갈등구조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짐승들은 먹이를 찾아 생존하고 번식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현실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불행하게 산다. 때로 사람들은 개 팔자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인간관계는 메말라 간다. 편리하기 위해 만든 디지털 문명으로 하여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인간관계를 맺는다. 사람이 그립다.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가끔 만나면 멀리서부터 웃으며 다가오던 박찬 시인이 간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의 따뜻한 미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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