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중소기업, 추석 빈손 귀향

철강 경기 뚝, 상당수·상여금 선물도 없어…영업이익 낸 곳 극소수

3일 오전 포항시 남구 철강관리공단에 위치한 A업체. 추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근로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올해는 휴무일이 사흘밖에 안되는데다 상여금이나 선물도 없다. 근로자들은 인근 동국산업이나 동부특수강, TCC동양, 세아제강 등은 50% 상여금과 선물까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러워했다. 경영이 어렵다는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엠텍도 상여금을 100% 지급한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한 직원은 "국내외적으로 철강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상여금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월급이 밀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면서 씁쓸해했다.

포항지역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추석을 앞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대기업은 대체휴일까지 합쳐 4, 5일의 휴무일과 상여금, 선물, 귀향버스 지원 등을 하지만 중소기업은 3일 내외의 휴무에 빈손으로 고향을 찾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

포항철강공단이 올 추석을 앞두고 공단 내 91개사를 대상으로 상여금 지급현황을 조사한 결과 60개사가 평균 5만원가량(2만~30만원)의 선물만 지급한다고 밝혔다.

100% 상여금을 주는 회사는 11개사다. 지난해 14개사, 2012'2011년 17개사에 비해 해마다 줄고 있다. 철강 경기가 호황이었던 7, 8년 전의 상여금 200~300%는 '꿈같은 얘기'가 된 지 오래다. 대기업의 한 직원은 "건설과 조선경기 침체로 후판업체들의 사정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올해 추석 상여금을 받으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공단 내 기업 상당수가 상여금이 없다 보니 상여금을 받고도 웃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상여금을 줄 형편이 못되지만,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무리해서 상여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포항철강관리공단 관계자는 "철강기업들이 세계적인 철강경기 한파를 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270여 개가 넘는 업체 중 영업이익을 내는 업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명절 인심이 이주 야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경북 동해안 지역에는 추석을 앞두고 상여금은 고사하고 급여조차 못 주는 회사가 예년보다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지난달 말 현재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등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근로자는 1천851명, 금액은 84억8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어난 것으로 동해안 지역의 내수경기 침체와 경영 악화에 따른 소규모 사업장 붕괴, 일용직 근로자 체불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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