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커피의 딜레마

16세기 때 교황 클레멘스가 세례를 주고, 나폴레옹은 빚진 돈 갚는 것 대신 달라고 했던 것…. 정답은 커피다. '피아노 맨'(Piano Man)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미국의 팝 가수 빌리 조엘은 '내 커피잔 속에 위안이 있다'고 할 정도로 커피는 오랫동안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들어서 커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난해 원두 수입 통계에 대비한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98잔이었고, 수입량은 세계 30위 권이었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대도시 번화가에는 온갖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촘촘하고, 커피 추출 전문가인 바리스타는 한 때 전망이 좋은 직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과거에는 커피가 주요 성분인 카페인의 지나친 각성 효과와 중독성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커피 산업이 커진 때문인지 요즘은 커피가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 속쓰림을 일으키고, 고혈압이나 심장병에 나쁘다는 것이 카페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초창기에 애용한 아랍권에서는 커피가 의약품으로 쓰일 정도로 몇몇 질환에는 뛰어난 효과가 있고, 적당량 섭취는 정신과 육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데 커피 선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진국에서 생산하는 여느 제품과 마찬가지로 커피는 재배 때부터 수난을 겪는다. 커피나무는 대개 10m 안팎까지 자라지만 커피 농장에서는 수확의 효율성을 위해 3m 정도밖에 자라지 않게 한다. 또, 수확 노동자는 1㎏에 100원꼴의 수입뿐이지만, 소비자는 1천 배가 넘는 11만 원을 낸다는 통계도 있다. 대 농장주와 다국적 기업의 검은 폭리 때문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선두 주자인 스타벅스와 할리스 등이 일제히 커피 값을 올렸다. 소비량이 가장 많은 아메리카노 레귤러 한 잔 값이 미국의 2배에 이르는 4천 원을 넘어섰다. 소비자 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 원두 값이 내리는 추세여서 이 한 잔의 재료 값은 334.7원이었다. 인건비와 자릿세 등을 생각하더라도 이만저만한 폭리가 아니다. 노동력 착취와 다국적 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의 폭리가 숨어 있는 커피. 그래도 계속 마실 것인가 끊을 것인가가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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