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이 중견'원로작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전시 '기억공작소'에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김구림 작가가 초대됐다. 김구림 작가는 11월 2일(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전시를 갖는다.
김 작가는 1969년을 기점으로 파격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미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69년 그는 16㎜ 필름으로 제작한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 '24분의 1초의 의미'와 한국 최초의 우편예술(관람객들에게 편지 형식의 작품을 발송하는 예술) '매스미디어의 유물'을 발표했으며 연극 오태석의 '웨딩드레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 1970년에는 한국 최초의 대지예술인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선보였다. 김 작가는 1970, 80년대 개념미술을 거쳐 최근에는 음양사상을 근간으로 다양한 세계의 조화와 통합을 모색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평면, 설치, 영상뿐 아니라 퍼포먼스, 무대미술, 공연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해체한 그의 작업은 한국의 실험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편지가 하나의 유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매스미디어의 유물'에서는 미래를 바라보는 김 작가의 탁월한 식견을 엿볼 수 있다. 김 작가는 한국의 아방가르드(전위예술)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전위적인 예술 태도가 물씬 풍기는 '걸레'(Wiping Cloth'1973)를 재현한 설치 작품과 실험영화 '24분의 1초의 의미'(1969)와 비슷한 구성 방식으로 2012년에 제작한 비디오 작업 '음과 양'(Yin and Yang)을 선보인다. 또 실험적인 그의 작업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 80점의 스틸 이미지와 작가 인터뷰 영상도 전시된다.
'걸레' 작업은 김 작가의 파격적인 행보를 여과 없이 드러낸 대표작으로 지금도 미술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걸레'는 그리지 않는 회화를 만들어 보려는 새로운 실험이었으며 무체사상(형태가 없기에 자유롭고, 우주를 아우르기에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상)과 후기 작품 제목으로 등장하는 '음과 양'을 연결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73년 봄, 한국현대미술전이 열린 대구백화점 전시실에는 김구림이라는 작가 이름표만 붙어 있지 그의 작품은 볼 수 없었다. 당시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바닥을 마른 천으로 닦아낸 뒤 그 흔적인 바닥을 전시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작품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같은 해 김 작가는 비슷한 형태의 설치 작업을 일본 시로따화랑에서도 발표했다. 상식을 깨는 작품은 국내외 작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우환 작가는 "한국에서는 드문 문제 추구형의 작가답게 지적인 충족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또 일본 미술평론가 미네무라 도시아키는 "신선한 감명을 받았다. 일본의 미술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간의 중층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하나의 귀중한 제언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41년의 세월이 흐른 후 봉산문화회관에서 재현되는 동일한 개념의 '걸레' 작업은 바닥에 묻어 있던 이물질과 먼지가 제거되면서 바닥은 처음 모습대로 깨끗해진 반면 깨끗하던 흰 천은 더러운 걸레로 변하는 사건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반전시키고 시간의 현재성에 주목하도록 한다. '걸레' 작업은 원래의 모습을 찾고 기억하려는 '음과 양'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지금까지 나의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을 설명한다고 해도 모순이 생길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세월이 흐르면서 환경이 변하고 인간의 사고도 바뀌기 때문에 나의 작품도 시대 변화에 따라 변모되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나의 작품에는 당시의 감각과 체취가 배어 있다"고 설명했다. 053)66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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