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 살려준 은인 대구…'경제 가교' 연결될까

中 대기업 中企그룹 부회장 부인 위암 수술

"대구는 제 가족의 생명을 연장해 준 은인입니다."

4일 경북대병원에서 중국 중기(中企)투자그룹 부회장의 부인 A(43) 씨의 위암 수술이 진행됐다. 한 달 전 중국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그녀는 중국 대형병원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암이 췌장으로 전이돼 수술을 할 수 없다(위 절제 불능)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관이 거의 막힌 상태여서 수술을 받지 않으면 2, 3개월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A씨는 최근 '우연한 기회'에 위암수술에서 권위가 높은 경북대병원을 알게 됐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달 말 복부 CT 사진과 조직검사 결과를 보내왔다.

경북대병원 측은 CT 사진 등을 판독한 결과 '췌장과의 협착이 없어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소견과 함께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중국에 보냈다. A씨는 3일 가족과 함께 급히 한국으로 와 경북대병원에 입원했고 이튿날 오전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교수(진료처장)가 맡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정 교수는 "위의 3분의 2가량을 절제하고 십이지장과 연결하는 수술을 했다. 환자의 예후는 좋은 편"이라며 "절망에 빠져 있던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반병실로 옮긴 A씨는 조만간 중국으로 돌아가 항암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 가족들은 수술 후 정 교수의 손을 잡고 경북대병원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중기투자그룹과 대구시의 인연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연창 경제부시장 일행은 한국의료관광에 큰 관심을 갖던 중기투자그룹을 방문해 대구시와 의료관광 활성화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중기투자그룹 회장이 지난 6월 대구를 찾아 의료 인프라를 둘러보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그룹 측은 7월에 대구 의료 관계자들을 중국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통보를 해왔고, 지난달 29~31일 김 부시장과 대구시 해외의료사업추진단장인 정호영 경북대 의대 교수, 대구 성형외과 전문의 3명 등이 중기투자그룹을 방문했다.

방문단은 중기투자그룹이 소유한 북경 쇼핑몰에 대구 의료관광 홍보 및 중국인 환자 송출을 담당하는 '중한의료미용센터'를 공동 운영하는 안과 수성의료지구에 중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병원, 쇼핑시설 등을 갖춘 수천억원 규모의 '대구 차이나 메디컬 뷰티 타운' 조성 투자를 제안했다.

공교롭게도 부회장 부인인 A씨는 대구 방문단의 중국 입국 보름 전에야 위암 발병 사실을 알게 됐고, 마침 방문단에 속한 정 교수에게 급히 도움을 구한 것이다. 경북대병원의 위암 수술 성적이 전국 최고 수준이고 합병증도 낮다는 점이 한국행을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 관계자는 "대구 의료 수준의 우수성을 재입증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며 "중기투자그룹과의 각별한 인연이 더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기(中企)투자그룹

북경에 본사를 둔 중국 대기업이다. 4조원대 자산 규모와 60여 개 자회사를 거느린 굴지의 기업으로 북경 올림픽 경기장 인근에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15만㎡ 규모의 부동산과 호텔, 리조트, 요식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그룹 루창친(陸長淸) 회장은 북경 청화대 출신으로 중국상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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